(서울=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미국 주요 은행들이 기술 혁신 관련 투자를 늘리고 정보기술(IT) 인력 확보에 집중하는 것을 뜻하는 '디지털 시프트(Digital Shift)'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국내 은행권도 올해 하반기 경영 목표를 디지털 금융 강화로 제시하는 등 은행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10일 국제금융센터의 보고서 '미국 은행들의 디지털 시프트 강화 움직임'에 따르면 JP모간과 골드만삭스는 최근 IT 기업으로 정체성을 탈바꿈하겠다고 최고경영자(CEO) 발표를 통해 공식 선언했다.

단순히 디지털 사업을 강화하는 수준을 넘어 혁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금융 서비스와 내부 업무를 전면 디지털화하는 디지털 시프트에 착수한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핀테크 투자 동향에서도 잘 드러난다.

글로벌 핀테크 투자 규모는 2014년 199억 달러에서 지난해 394억 달러로 증가했다. 올해 전망치는 417억 달러에 이른다.

특히 은행을 포함한 비 IT 기업의 핀테크 투자가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전 세계 비 IT 기업의 기술 투자 비중은 지난 2012년 29%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51%로 IT 기업의 투자 규모를 이미 추월한 상태다.

미국 은행들은 디지털 은행으로서 입지를 선점하기 위해 핀테크 기업과 직접 경쟁하는 것보다 흡수 또는 파트너십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핀테크 투자가 가장 활발한 곳은 골드만삭스로 현재까지 총 27개 핀테크 기업에 투자했다. 다음으로 씨티(26개), JP모간(14개), 모간스탠리(10개), 웰스파고(9개), 뱅크오브아메리카(6개) 등이 뒤를 이었다.

미국 은행권의 핀테크 투자는 주로 로보어드바이저나 자산관리 앱 개발 등 개인 고객의 편의성을 개선하기 위한 디지털 뱅킹 분야에 집중돼 있다.

IT 인력 확보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미국 은행들은 IT 인재를 은행에 영입하는 것을 최우선순위 목표로 두고 있으며 인재 영입을 위해 높은 연봉과 매력적인 복리후생제도를 내세운다.

주목을 받는 채용 분야는 인공지능(AI)·머신러닝 전문가로 은행들은 치열한 스카우트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4월 아마존 산하 AI 연구소의 책임자이자 딥러닝 전문가인 찰스 엘칸을 영입했고, JP모간은 구글 AI 부문 임원과 카네기 멜론 대학의 머신러닝 전문가 마누엘라 벨로소 교수를 스카우트했다.

국금센터는 "디지털 혁명으로 은행 산업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IT 부문을 강화하는 미국 대형은행들의 움직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국내 은행들도 IT 산업과의 융합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해외 주요 은행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국내 은행들도 올해 하반기 경영 목표를 일제히 디지털 금융 강화로 제시하는 등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각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설립한 지원센터를 통해 핀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직접 투자에 나서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외부 IT 인재 영입이 늘고 있다는 점도 미국 은행과 유사하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8월 최고데이터책임자(CDO) 직책을 신설하고, 이 자리에 김정한 부사장을 임명했다.

김 부사장은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연구소장(전무), SK텔레콤 그룹 전략기술 기획위원 등을 역임한 공학자 출신으로 지난해 12월 최고기술책임자(CTO)로 하나금융에 합류했다.

우리은행도 지난 6월 빅데이터센터를 신설하고 최고디지털책임자(CDO)에 황원철 디지털 금융그룹장을 앉혔다. 황 그룹장 역시 HP, 하나금융투자 등을 거친 외부 영입 케이스다.

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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