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석유화학업계가 불황국면으로 접어든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고개를 드는 가운데 위기에 대응하는 국내 화학기업들의 서로 다른 대처법에 이목이 집중된다.

◇ 고유가 등으로 화학업계 주가 곤두박질

16일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8031)에 따르면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보다 21.6%, 21.23%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한화케미칼은 같은 기간 수익이 35.78% 악화될 것으로 증권업계는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8월부터 치솟은 국제유가와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화학제품 공급과잉 등 여파로 화학업계의 호황이 종료됐다는 분석치를 내놨다.

하반기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되면서 화학기업들의 주가도 내림세를 연출했다.

LG화학 주가는 지난 1월 말 연중 고점인 주당 44만7천500원을 찍고, 9개월 만인 이달 11일 연중 저점인 주당 30만2천원으로 떨어졌다. 고점 대비 32.5% 하락했다.

롯데케미칼과 한화케미칼 주가는 연초부터 줄곧 우하향을 그리고 있다. 롯데케미칼 주가는 이달 5일 연중 고점 대비 46.6% 하락한 주당 25만3천500원으로 떨어졌으며, 한화케미칼은 전일 주당 1만6천500원으로 마감되며 연중 저점을 기록했다.





원민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적 금리 인상 추세로 경기둔화 우려감이 작용하고 있고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제품 수요가 부진하다"며 "국제유가 상승으로 원가가 올랐지만, 수요 또한 부진하면서 원가 인상분이 제품가격으로 전가되지 못해 대부분 화학제품 마진이 축소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 기업들 동분서주…대응방식은 차별화

화학기업들은 이런 업황 부진에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LG화학과 한화케미칼은 비화학 부문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LG화학은 배터리 등 신사업에 투자를 늘리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여수공장과 폴란드공장을 증설하고 있는 LG화학은 최근 중국에도 배터리 제2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실제로 LG화학은 최근 전지사업 실적이 개선세를 보이며 화학 부문의 적자를 보전하는 상황이다.

LG화학은 올해 상반기 정보전자소재 및 재료 부문에서 31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기초소재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5.5% 줄었고, 생명과학 부문 수익은 42.2%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2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전지 부문은 올해 상반기 29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윤재성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은 석유화학·팜한농 부문이 직전 분기 대비 감익되겠지만 전지·정보전자의 개선으로 감소폭이 제한될 것"이라며 "EV(전기차)용 중대형 전지가 4분기부터는 뚜렷한 흑자전환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화케미칼은 국제유가 상승과 중국 내 수요 감소로 화학 부문의 실적은 악화하겠지만 비화학 부문인 태양광 사업 등에서 수익을 회복할 것으로 관측된다.

태양광 부문은 지난 상반기 중국 보조금 축소 영향에서 벗어나 오는 3분기 들어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상됐다. 아울러 오는 11월 한화첨단소재와 한화큐셀코리아의 흡수합병은 태양광 부문의 실적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작년 태양광 부문 영업이익은 143억원으로 연결 영업이익 대비 2%에 불과했지만, 내년 태양광 부문 영업이익은 2천106억원으로 성장하며 연결 대비 25% 수준까지 기여도가 커질 것"이라며 "이는 복합 기업에서 태양광 기업으로 인식이 전환되는 것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은 전통 화학사업인 기초화학 부문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롯데케미칼의 지난 상반기 실적은 LC 타이탄의 영업이익 호조가 이끌었다고 평가된다. 지난 1분기 부진을 털고 올해 2분기 들어 올레핀 부문 수익도 개선됐다.

올해 미국에 짓고 있는 에탄분해시설(ECC) 공장이 완공되면 롯데케미칼 에틸렌 생산능력은 국내 업계 1위, 세계 7위 수준인 450만톤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과 미국 ECC 증설은 내년부터 실적에 반영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에도 NCC 증설을 추진 중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롯데케미칼은 신사업 부문의 포트폴리오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했다. 미국에서 ECC 설비를 증설하는 가운데 최근 국내에서 정유업계까지 나프타분해시설(NCC) 부문에 진출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하반기 이후 북미 ECC 공급 확대로 에틸렌계열 제품의 스프레드 축소로 인한 실적 저하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와 주력 품목의 독과점적 시장 지배력 등을 감안할 때 중기 영업 수익성은 일정 수준의 하방 경직성을 나타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m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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