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3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기준 투자자금이 순유출됐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블랙록이 운용하는 펀드에서 총 31억달러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이는 지난 2015년 2분기 이후 첫 순유출이다.

특히 주식 투자 펀드에서 173억달러나 순유출돼 많은 투자자가 미리 리스크를 감지하고 자금을 뺐다는 게 드러났다.

블랙록에서 자금을 인출한 투자자는 대부분 월가의 대형 기관 투자자였으며 개인 투자자의 비중은 작았다. 보험회사와 연기금 등 월가의 기관 투자자들은 지난 분기까지 2개 분기 연속으로 자금을 인출했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더욱더 많은 고객이 쉬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WSJ은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 인출로 이미 가격경쟁과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형 자산운용사는 더 큰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자들은 금리 인상부터 무역갈등까지 모든 것에 불안해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펀드정보 제공업체 모닝스타에 따르면 미국의 모든 뮤추얼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 순유입되는 자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올해 첫 3개 분기 동안 46% 급감했다.

WSJ은 블랙록이 자금 순유출을 겪게 됨에 따라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자산가격이 하락하면 블랙록이 얼마나 제대로 자금을 상환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랙록도 다른 자산운용사와 마찬가지로 인덱스 사업부터 수수료까지 모든 면에서 치열한 경쟁에 맞닥뜨린 상황이다.

블랙록의 주가는 이날 미국 증시가 전반적으로 급반등했음에도 4% 하락하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반영했다. 블랙록의 주가는 올해 들어 약 20% 하락했는데 이는 다우존스 미국 자산운용사 지수의 하락폭 17%보다 더 큰 수치다.

에드워드 존스의 카일 샌더스 연구원은 "블랙록은 월가에서 투자자금 모집과 관련해 더 높은 잣대가 적용되지만, 이날은 여기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블랙록은 하락장을 헤쳐나갈 다양한 수단을 다른 경쟁사보다 잘 구비해뒀다"며 "각자 다른 펀드가 시장 사이클의 변화를 잘 좇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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