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태동기였던 1979년에 '최초의 여성 외환딜러'로 출발한 김상경 한국국제금융연수원장이 33년간 외환시장에서 겪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초보자도, 베테랑도 자신 있게 속단할 수 없는 외환시장, 그만큼 도전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많다. 매주 목요일 김상경의 외환이야기를 통해 외환딜러들의 삶과 알토란 같은 외환지식을 만나면서 '아는 사람만 알던' FX시장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외환시장의 태동

한 나라 안에서 모든 물품을 자급자족하던 시대가 지난 이래로 국가들 사이에는 자연스럽게 교역이 이뤄졌다. 우리나라에 생산되지는 않으나 필요한 물건은 다른 나라에서 수입해야만 했고, 또 그 나라에서 남는 물건은 다른 나라로 수출해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물물교환시대가 아닌 이상, 이 나라 저 나라와의 화폐를 교환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그러나 나라마다 경제성장률이 다르고 돈의 가치가 모두 다르니 정해진 환율을 통해 거래를 하게 됐다.

그리고 환율이 1초가 무섭게 변하는 자유변동환율제도로 바뀌면서 통화를 사고파는 직업이 지구상에 태어나게 됐다. 외환시장은 여러 금융시장의 참가자들을 연결시키는 일종의 '끈'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원래 외환시장이 생겨나게 된 원조는 국가 간의 무역과 상업적인 거래로 인해 생겨났다. 나라마다 서로 강점을 가지고 있는 산업이 다르기 때문에 국제무역이 존재하였다. 무역을 통해 받은 외국 화폐를 자국의 화폐로 바꾸는 과정에서 외환시장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말하자면 한국의 전자회사가 일본에서 만든 부품을 사면서 외환거래가 이루어졌다. 신용장과 B/A를 통한 국제무역을 하려면 금융을 지원해주어야 하는데, 선진 국제상업은행들이 자연스럽게 외환중개자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들은 각 나라마다 지점을 개점하여 외환거래를 결제하는데 필요한 통화를 이체해주면서 비공식적으로 인터뱅크 시장을 형성하게 됐다.

외환거래를 크게 세 가지 구분하여 본다면, 첫째는 수출입 등 무역거래를 통해 이루어지며, 둘째는 국제자본거래에 의해 이뤄지며, 셋째는 단순한 매매차익을 위한 외환 거래이다. 외환시장은 국제자본거래, 글로벌 상업거래나 투자흐름을 움직이는 교차로 역할을 해준다.

그러나 최근 들어와서는 한국의 연금 펀드가 미국의 재무성채권에 투자하거나, 영국의 보험펀드가 미국의 주식시장에 자산을 투자하면서 외환거래를 일으킨다. 우리나라 대기업이 중국에서 만든 제조시설을 매입하는 거래 등 국경을 넘는 거래가 외환시장을 통해 거래되고 있다.

외환시장은 초기의 외환시장의 주종이었던 무역이나 자본거래시장의 거래는 점점 미미해지고, 이익을 목표로 통화라는 상품을 사고파는 매매시장이 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시세차익을 목표로 트레이드를 하려는 은행들이 늘어나면서 외환시장의 규모는 더 커지기 시작했다.

외환시장의 실제는 은행의 딜링룸(Dealing Room)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수요와 공급을 엄청나게 창출한다. 상대방을 직접 대면하지도 않고 자신이 속한 딜링룸에 앉아서 전 세계은행의 딜링룸과 연결된 컴퓨터 통신망과 전화로 외환을 사고파는 것을 업으로 하고 있다.



▲외환시장의 특징

지구 상에서 외환시장이 가장 큰 시장임에도 아직도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이나 선물시장에 더 많은 관심을 둔다. 그 이유는 아직도 개인들에게 외환시장이 낯설고 어렵게만 느껴져 대중적인 투자수단이 되지 못하고 있다. 외환시장이 다른 시장과 다른 면은 다음과 같다.



√ 외환시장은 불이 꺼지지 않는다.

외환시장은 지금이 몇 시든 지구 상의 어디에 있든 간에 24시간 언제나 거래를 할 수가 있다. 어떤 뉴스가 나오든 간에 지구 상에서 자신이 있는 곳에서 가장 편리한 시간에 트레이딩을 할 수 있다.

나라 간의 시차가 없어지지 않는 한은 외환시장의 개시(開市)와 폐시(閉市)의 구분은 있을 수가 없다. 가장 빨리 열리는 외환시장은 뉴질랜드 웰링턴으로부터 시작하여 시드니, 서울, 도쿄, 홍콩, 런던, 뉴욕으로 이어지고 다시 웰링턴으로 돌아가면서 24시간 시장이 열려있는 독특한 시장이다. 따라서 외환 트레이딩은 전 세계를 상대로 거래가 가능하다.

외환시장은 하나 혹은 둘 이상의 금융시장이 항상 열려있기 때문에 내가 어디에 있는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나의 금융센터가 끝나면 지구상의 다른 금융센터가 열리고, 하나 혹은 더 많은 금융센터들이 동시에 같이 열리면서 시장에 유동성을 보태면서 외환 트레이딩이 더욱 활발하게 진행된다.



√ 작은 금액으로 트레이드가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 외환 트레이딩을 하려면 좀 더 많은 돈을 예치해서 거래해야 되나 해외에서는 단돈 250달러로 마진계좌를 오픈해 외환트레이딩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외환 트레이딩과는 다르게 미국에서 개인이 주식을 가지고 주식 트레이딩을 하려면 적어도 $25,000을 예치해야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개인에게 FX 마진거래가 허용된 것이 2005년이었지만, 일본은 우리보다 7년이나 앞선 1998년에 FX 마진거래가 허용되면서 개인 트레이더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05년에 달러/엔 선물시장의 상장이 폐지되고, FX 마진거래가 이 자리를 차지할 정도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외환 트레이딩을 할 경우 표준 금액인 $100,000을 거래하려면 금융기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개시증거금이 $5,000(5%) 과 유지증거금 $3,000(3%)이 있어야 가능하다.

최근 글로벌 외환시장에는 개인투자자들이 여러 가지 형태의 거래와 규모로 외환시장에 들어와서 각자 다른 트레이딩 전략을 구사하면서 외환시장의 유동성에 보탬을 주고 있다. 이들의 참여로 인한 유동성의 확대는 글로벌 시장의 환율변동 폭을 축소시켜 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외환시장에 참여하는 글로벌 투자자들은 개인투자자들에게 감사해야 할 정도이다. 왜냐하면 이들이 제공하는 유동성으로 인해 거래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수수료 체계가 다르다

온라인으로 주식을 거래할 경우 사거나 팔 때 보통 5달러에서 30달러를 브로커에게 지불하고, 선물거래는 10달러에서 30달러를 브로커에게 지불해야만 한다.

그러나 외환시장에서는 비드나 오퍼를 내면서 따로 돈을 내지는 않는다. 다만 비드와 오퍼 사이의 스프레드 차이가 온라인 브로커에게 수수료를 보상하는 방법이다.



√ 트레이딩 플랫폼에서 무료로 실습이 가능하다

외환 트레이딩에 대한 체험을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트레이딩 기법을 무료로 체험할 수 있다. 반면 주식 트레이딩 플랫폼을 한달간 사용하려면 미국에서는 보통 250달러에서 400달러사이의 수수료를 지불해야만 한다.



√ 거래 스프레드가 작다

주식시장의 수수료보다 외환시장의 스프레드는 아주 저렴하다. 예를 들면 유로-달러(EUR/USD)를 거래할 때 보통 3PIPS 정도의 스프레드를 벌린다. 만일 표준 거래금액인 10만달러에 3핍스(PIPS; 0.0003)를 벌린다면 30달러(0.0003X100,000)를 수수료로 지불하게 된다.

만일 미국 주식시장에서 아주 유동성이 좋은 주식 25달러짜리를 4천주 즉 10만달러의 금액을 거래한다면, 스프레드는 주당 0.01 내지 0.02로 40달러 내지 80달러 정도의 수수료를 내야한다. 같은 거래금액이지만 주식시장이 외환시장보다 수수료가 훨씬 비싸다.



√레버리지가 크다

국외에서 제공되는 외환 트레이딩 시스템을 사용하여 거래한다면 100:1의 레버리지가 가능하다. 즉, 트레이딩 하고 싶은 거래액에 1%만 예치하면 된다. 다시 말하면 10만달러를 거래하려면 1천달러만 예치하면 된다.

반면에 주식 시장에서의 트레이딩은 2:1의 레버리지가 필요하다. 선물거래의 경우는 15:1의 레버리지가 통상적이다. 따라서 만일 10만달러의 주식을 거래하려면 5만달러의 현금 예치가 필요하고, 선물거래의 경우는 약 6천667달러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우 개인들이 레버리지를 이용하여 무분별하게 거래를 하여 손실이 커지는 것을 막기위해 마진 증거금을 5천달러(5%)로 당국에서 올렸다.



√ 최고의 유동성 시장이다

외환 트레이딩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 통화의 유동성과 하루에 거래되는 거래량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에 더 많은 유동성을 제공하는 통화가 트레이딩 관점에서 아주 유리하다.

전 세계 수출입 거래량이 1년에 얼마나 될까? 상상해 보자. 최근 무역협회자료에 의하면 전 세계 교역량은 연간 3조8천억달러라고 한다. 이는 전 세계 외환시장 하루 평균 거래량과 거의 맞먹는 시장이다. 즉, 하루 평균 외환거래량이 전 세계 연간 교역량과 거의 맞먹는 규모이며, 전 세계 주식시장 거래량보다도 15배 이상이나 넘는 규모라고 한다.



√ 공매도도 가능하다

주식시장과 다르게 외환시장에서는 공매도가 흔하게 일어난다. 그러나 미국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공매도할 경우 추가적인 규정이 있다.



√ 헤지펀드 딜러로 스카웃될 수 있다

개인 투자자들도 외환딜링 계좌를 이용해 트레이딩을 잘하는 전력이 쌓이면 세계적인 헤지펀드들이 눈여겨볼 수 있다. 성공적인 트레이딩 실적을 쌓게 되면 헤지펀드 딜러로 뽑힐 기회도 주어진다. 요즈음 헤지펀드들도 대안투자 수단으로 외환트레이딩을 하면서 성공적이고 창조적인 아마추어 외환딜러를 찾고있는 경우가 많다.



√ 장내시장도 있다

장내시장은 미국의 시카고에 있는 CME (Chicago Mercantile Exchange)가 통화선물을 거래하는 거래소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원래 시카고상업거래소는 주로 달걀, 버터, 닭 등을 거래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거래상품들이 추가됐다.

1919년에 선물거래를 위해 거래소를 재조직하면서 시카고상업거래소로 개명됐다. 초기에는 거래상품이 농산물에 국한됐으나 1972년에 부속기관으로서 국제자금시장(International Monetary Market;IMM)이 개설되면서 7개 외국통화(영국 파운드, 독일 마르크, 프랑스 프랑, 캐나다 달러, 일본 엔, 멕시코 페소, 네덜란드 길더)에 대한 통화선물의 거래를 시작하게 되었다. 1982년에는 지수옵션시장을 개설하면서 S&P500 주가지수 선물도 거래가 됐다.

시카고상업거래소는 세계 제2위의 선물거래소로서 주요 거래상품으로는 유로-달러(3월물), S&P500 주가지수선물 등이 있다.



√ 장외 외환시장 거래가 주요 외환시장이다

통화거래소와는 달리 장외 외환시장 거래는 거대한 조직과 수많은 개인이 거래를 한다. 장외시장의 참여자들은 트레이딩의 조건, 가격 경쟁력, 거래상대방의 명성 등을 고려해 거래를 한다. 장외 외환시장은 거래소를 통한 통화선물시장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영국 파운드가 전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이 거래되는 통화임에도 가장 큰 장외 시장은 영국의 런던이고 두 번째로 미국의 뉴욕시장이고, 그다음은 일본의 도쿄시장이다.

인터뱅크시장이란 '은행간'에 거래되는 시장을 말한다. 인터뱅크 시장은 장내시장인 통화선물시장과는 구분이 된다. 인터뱅크시장은 오늘날까지 크게 규제를 받지 않고 또 어느 한 나라에 의해서 감독도 받지도 않는다.

외환시장의 특징은 장외시장이다. 물론 외환매매를 선물거래소를 통해 거래가 되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외환거래는 전화나 딜링 머신 등을 통하여 거래하는 장외시장의 형태이다.

외환거래는 대형 상업은행이 먼저 시작했고, 주식과 채권거래는 투자은행이 담당하였다. 약 1990년대 만해도 뉴욕에서는 200개 이상의 대형 상업은행들이 외환딜링 데스크를 운영하고 있었으나, 대형 상업은행의 인수합병으로 인해 은행수가 대폭 줄어들었으나 전자딜링 시스템의 등장으로 외환거래량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오늘날 인터뱅크 시장의 큰 손은 12개 정도의 거대 글로벌 금융기관들이다. UBS, 도이치은행, 씨티은행, JP 모간체이스은행, 바클레이즈은행, 골드만삭스, 로얄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 정도일 것이다. 이들 외에도 다른 금융기관들도 이들과 거래를 하면서 외환시장에 유동성을 보태주고 있다.



√ 은행의 딜링룸

은행의 딜링룸은 그들 자신의 고유계좌를 가지고 직접투기도 하지만 은행의 고객을 위해 트레이딩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여기서 고객이란 기업, 정부부처, 헤지펀드나 혹은 부자 프라이빗뱅킹(PB)고객까지도 포함된다.

인터뱅크간 현물환거래의 대부분은 EBS나 로이터딜링 시스템을 통해 전자매칭거래로 주로 이뤄진다. 전자 매칭 서비스란 딜러들이 시장에 참여하면서 비드나 오퍼를 자유롭게 내며 비드를 히트(시장가에 매도)하거나, 오퍼에 응하는 것(시장가에 매입)을 말한다.

인터뱅크 간의 상대방의 신용한도는 미리 매칭시스템에 저장돼 있으므로 신용한도 내에서 가격이 유리한 쪽을 보고 거래를 한다. 거래하기 전까지 가격은 익명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어느 은행이 사고파는지는 알 수 없으나 거래가 성립된 후에는 상대방의 이름이 즉시 뜨면서 확인된다. 은행은 외환브로커를 중간에 두고 거래할 수도 있고 은행 간에 직거래도 가능하다.











<자료제공:CITIBANK BOURSE GAME>



위의 그림과 같이 인터뱅크 간에 직접 거래하는 장외거래를 제외하고는 브로커들이 거래를 성립해준다. 전자매칭 서비스가 있기 전까지는 보이스 브로커들이 주로 은행 간의 중개자로서의 역할을 했다.



√ 바꾼다 (Exchange) 라는 표현을 쓴다

외환거래를 시작하려는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어렵게 생각하는 것은 주식시장과는 달리 사고파는 거래를 동시에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외환시장에서는 바꾼다(exchange)라는 표현을 쓴다.

외환거래는 한 나라 통화를 사면 동시에 다른 나라 통화를 파는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앞으로 달러화가 강세로 갈 것이라고 예상되면 달러화가 어떤 통화에 대해 가장 강세를 보일지를 결정해 트레이드하면 된다.



필자 연락처: 서울 중구 퇴계로20길 50-8 한국국제금융연수원(☎02-778-0819)

e-mail: kifi01@naver.com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