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한국은행과 국책연구기관은 물론 국내외 연구기관과 국제 금융기구들이 잇따라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들도 잿빛 전망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수출을 제외하고는 생산과 투자, 소비 등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위기' 신호를 보내고, 잠재성장률 달성조차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대까지 낮추기도 했다.

21일 연합인포맥스 리서치리포트종합(8020화면)에 따르면 다수의 국내 증권사들은 내년도 우리 경제의 실질성장률이 2% 초중반까지 낮아질 것으로 봤다.

한국투자증권은 2.3%로 제시했고,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2.4%, KTB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은 2.5%, NH투자증권은 2.6%, 키움증권과 현대차증권은 2.7%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각각 2.6%와 2.8%,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6%를 제시한 것을 고려하면 국내 증권사 다수는 내년 우리 경제를 더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증권사들은 대체로 국내 경제가 정점을 지나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증권은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내수기여도가 지난 2, 3분기 연속 마이너스였던 점을 들어 침체국면이라고 평가했고, 다른 증권사들 역시 실질성장이 하향세로 들어서는 등 본격적인 성장 둔화내지 침체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그 이유로 투자부진과 고용둔화, 소비심리 악화 등을 들었다.

건설투자는 수주감소 지속을 이유로 내년까지 2년 연속 감소를, 설비투자는 소폭 개선되는 데 그칠 것으로 보는 곳이 많았다.

다만, 설비투자는 작년 반도체 중심의 대규모 투자에 따른 기저효과가 해소되고 올레드(OLED)와 5G(5세대) 투자 등이 그나마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봤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 도입 등에 따른 정책적 혼선이 마무리되고 중국인 관광객이 지난 2015~2016년 수준으로 회복된다면 내수가 빠른 회복을 보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었다.

수출에 대해서는 내년 국내 경제의 중요한 축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성장세 지속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세계 경제 성장률이 둔화하고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하는 동시에 반도체 산업에 대한 고점 논란 등으로 증가율이 꺾일 것이란 예상도 있었다.

다만, 현대차증권은 세계 경제 성장률이 올해보다 낮더라도 급락 수준은 아니고, 글로벌 교역량도 올해 대비 4% 증가가 예상된다며 비관적으로 볼 상황이 아니라고 언급했다.

키움증권도 글로벌 교역량이 미중 무역분쟁에도 견조한 데다 주요 선진국의 수입증가율이주요 증권사들은 미중 무역분쟁과 남북경제협력, 가계부채가 문제 등이 내년도 우리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꼽았다.

신한금융투자는 대북 인프라 투자에 국내 노동과 자본이 투자되면 성장률을 견인시킬 수 있다며, 연간 5조 원 규모의 프로젝트가 시행되면 약 0.2%포인트(p)의 성장률 제고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하고 남북경협도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과 부동산시장 규제 강화로 주택가격이 급락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가계부채가 국내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spna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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