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LG그룹은 올해 승계작업과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된 이슈로 뜨거웠다. 상대적으로 지배구조가 투명하다는 LG그룹이지만, 새로운 수장은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불식하고자 손자회사, 자회사 관계도 정리했다. LG그룹의 구본준 부회장이 가져갈 계열사 분리문제가 과제로 남아있다.
 

 

 

 

 

 

 


◇ 구광모의 '뉴 LG'…정공법으로 승부

13일 업계는 구광모 신임 LG그룹 회장이 정공법으로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된 자회사, 손자회사 관계를 정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브원의 분할 결정이다. LG그룹은 10월 말 서브원의 소모성자재구매 부문(MRO) 사업 분할을 한다고 발표했다. 분할로 존속회사는 S&I가, 분할 신설회사가 서브원이 된다. S&I는 건설, 건물관리, 레저 사업을 맡고 서브원은 MRO 사업만 하게 된다.

서브원은 ㈜LG의 100%의 자회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총수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자회사 중 지분율 50% 초과하는 자회사를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포함하면서 서브원의 인적분할이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LG상사의 자회사인 판토스의 지분 매각도 이런 지배구조 정리과정 일환으로 풀이된다. 앞서 구광모 회장을 비롯해 ㈜LG 특수관계인은 보유한 물류 계열사 판토스의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판토스의 최대주주는 LG상사로 지분 51% 정도, 구광모 회장은 75%,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이 19.9%의 지분을 갖고 있다. 판토스 지분율 자체는 19.9%로 공정거래법상 대기업 비상장 계열사 규제 기준인 20%에 미치지도 않지만, 아예 논란의 뿌리 자체를 뽑은 셈이다.

이를 통해 ㈜LG에서 LG상사, 판토스로 이어지는 출자구조가 단순화되고 구 회장 입장에서는 상속세 재원을 일부 확보하는 데에 성공했다.

◇ 남은 과제…구본준 부회장의 계열 분리

올해 중으로 마무리될 것이라 예상됐던 구본준 부회장의 계열사 분리는 함흥차사다. LG그룹은 전통적으로 장자 승계원칙을 따른다. 승계가 결정되면 아버지의 형제와 아들들은 주요 계열사를 분리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존중해왔다.

이를 통해서 LS, LIG, GS, 희성그룹 등이 LG에서 분리해 나갔다.

시장에서는 구본준 부회장이 LG디스플레이나 LG상사, 혹은 LG유플러스 등을 따로 떼어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구본준 부회장이 일단 수장으로 이끌어 사업 이해도가 높은 곳들이 먼저 거론됐다.

구 부회장은 지난 1999년부터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에서 2006년까지 대표이사로 있었다. 또 LG상사에서도 2007년부터 2010년까지 근무했다.

구 부회장이 LG이노텍, LG전자 VC 본부를 독립해 LK전자를 만들 것이라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LG유플러스와 관련해서는 최근 언급되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비전 인수 이후 덩치를 키워 구 부회장에게 줄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있었다. 특히 구 부회장의 측근으로 통하는 하현회 부회장이 LG유플러스 대표로 가면서 이런 얘기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기존 전망은 재무적, 현실적 이슈로 대체로 힘을 얻지 못했다.

구 부회장이 현재 가진 ㈜LG 지분을 매각하면 1조원 안팎의 자금이 손에 들어오게 된다. 이 자금으로 살 수 있는 LG그룹의 계열사는 LG화학 또는 LG전자 일부 사업부 정도이기 때문이다.

LG전자의 사업부를 사들일 경우 LG전자 주주와 국민연금 등이 배임문제를 걸고 넘어갈 수 있다.

LG유플러스에서 구광모 회장의 지분과 구본무 선대 회장의 지분 등 총 17.5%가량을 사들이기엔 높은 가격이 부담된다. 이에 구본준 부회장이 구광모 회장의 친아버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지분 스와프를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희성그룹은 1970년대에 구본능 회장이 LG그룹에서 분리해 나온 곳으로 희성전자를 중심으로 두고 있다. 구본능 회장은 희성전자 지분 42.1%로 들고 있으며 구본식 회장이 16.7%, 허정수씨와 허광수씨가 각각 지분 10%와 5%를 갖고 있다.

지분 대부분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소유고 나머지 26%도 자사주라서 스와프도 깔끔하게 정리될 수 있다.

최남곤 유안타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속세는 확정됐고 계열분리 이슈는 단기간에 결정되지 않을 것"이라며 "적어도 시장에서는 일감몰아주기 해소작업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인식한다"고 진단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존 계열분리 시나리오는 현실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다"며 "재무적인 요인과 당위성 등을 고려할 때 희성전자 지분 스와프가 오히려 더 합리적인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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