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신한금융그룹의 최고경영자(CEO) 세대교체 후폭풍이 거세다.

교체 대상이 된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지난 26일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위 행장은 자신의 교체를 '퇴출'로 정의했고, 인사 이유와 시기에 대해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위 행장은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이하 자경위)가 열린 직후까지 자신의 결과를 알지 못했다.

통상 CEO 임기를 최소 '2+1'년으로 정의하고, 유임 결과를 사전에 알려줬던 관행을 고려하면 더 충격적인 결과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인사는 사전에 알려지면 할 수 없는 인사였다.

앞선 관행을 깨기 위한 조치여서다.

그간 신한금융 CEO들은 임원 경력만 10년 이상이다.

이병찬 신한생명 사장,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사장 모두 11년 넘게 임원으로 재직했다.

위 행장도 10년 넘게 임원 명함을 달았다.

민정기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과 설영오 신한캐피탈 사장, 이신기 신한아이타스 사장, 이동대 전 제주은행장 모두 임원 생활만 9년 가까이 했다.

이들 CEO의 임원 임기는 대부분 한동우 전 회장 시절과 겹친다.

2010년 '신한 사태' 발생 이후 경영권을 이어받은 한 전 회장은 당시 조직의 안정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다.

신한금융 내부에선 이 시기를 인사 적체가 가장 심했던 때로 꼽는다.

CEO를 포함한 임원 대다수는 자동으로 연임됐다. 후배들은 이를 '게으른 인사'로 지적했다.

KB금융그룹 등 경쟁사가 세대교체를 시도하며 젊은 조직으로 탈바꿈할 때도 신한은 더뎠다. 후계구도 육성 없는 인사 적체는 성장의 정체로 이어졌고, 신한금융은 리딩금융 지위를 내줬다.

이번 세대교체 대상 중 위 행장은 가장 능력 있는 CEO로 평가받아왔다.

신한은행은 올해 호실적을 기록했고, 그룹 수익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104년 만에 서울시금고를 따낸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평가는 엇갈렸다.

호실적은 모든 은행이 실적 잔치를 벌이며 빛이 바랬다. 3천억원을 출연해 서울시금고를 수성했지만, 정작 수익이 되는 구금고를 유치하지 못해 오히려 그룹의 자본 건전성에 부담이 됐다. 구금고 유치로 지점이 늘면 인사 적체가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정작 10월에 예정됐던 인사는 불발됐다.

일각에선 이번 인사에서 선임된 내정자들을 두고 '약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위 행장 역시 자신의 바통을 이어받을 진옥동 신한은행 내정자에 대해 '국내 경험이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간 제대로 육성되지 못한 그룹의 인재 풀을 지금이라도 육성하기 위해선 과도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사외이사들은 이번 세대교체가 오랜 시간 고민과 정당한 절차로 결정된 결과라고 언급했다.

신한금융 한 사외이사는 "이사회에 주어진 권한과 절차에 따라 충분한 논의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인사 결과에 대해 안팎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신한금융의 이번 세대교체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놀랄만한 결과인 것은 사실이나 선진국형 지주사 체제와 같은 매트릭스 조직을 견고히 해 옥상옥 구조를 탈피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회장과 행장의 갈등 구도가 지속하는 것은 모두에게 좋지 않다"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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