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한국 장기금리와 독일 등 유럽 선진국 장기금리와의 동조화 현상이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추진할 경우 한국 장기금리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성병묵 한은 통화정책국 과장은 8일 '국내외 장기금리 동조화 원인 및 시사점(조사통계월보)'에서 "금융위기 이후 국내 장기금리에 대한 공통요인 설명력이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기금리를 단기금리 기대와 기간 프리미엄으로 분해해서 분석한 결과, 금융위기 이후 기간 프리미엄이 장기금리 변동에 미치는 영향력이 확대됐다.

기간 프리미엄은 단기채권 대신 장기채권을 보유하는 데 따른 추가적 보상을 의미한다. 장기채권의 가격 변동에 따른 손실, 장기채권 부도 위험, 만기가 돌아오기 전에 거래할 때 드는 비용 등에 의해 결정된다.

보고서는 금융위기 이후 장기금리가 선진국과 동조화된 이유로 ▲주요국 양적완화정책 ▲글로벌 저성장·저물가 ▲양호한 대외건전성을 꼽았다.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이 장기국채를 대규모로 매입하면서 기간 프리미엄이 동시에 큰 폭으로 하락했다.

기간 프리미엄을 분해한 결과 금융위기 이후 국내 장기금리는 해외요인에 의해 설명되는 부분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2010년에는 해외요인 설명력이 30%에 불과했는데 2018년에는 70%까지 높아졌다. 독일과 영국은 장기금리의 해외요인 설명력이 각각 70%, 60%다.

미국은 대내 요인 설명력이 국내 단기금리 기대 요인을 중심으로 확대했다. 2013년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단기금리 기대가 기간 프리미엄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됐다.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저성장·저물가가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정책금리가 낮은 수준을 유지한 것도 장기금리 동조화 이유 중 하나다.

금융위기 이후 물가상승률이 선진국과 같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한국과 주요국 인플레이션 상관관계가 높아졌다.

기대인플레이션은 유로 지역과 상관계수가 0.74로 미국 0.64보다 높게 나타났다.

성장 흐름도 유럽 선진국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금융위기 이후 한국과 독일의 경제성장률 상관계수는 0.38에서 0.7로 높아졌다. 스위스는 0.32에서 0.65로, 스웨덴은 0.34에서 0.61로 각각 상승했다.

한은은 대외의존도와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이 경제구조가 독일 등 유럽과 유사하고, 유럽과의 교역이 확대되면서 동조화가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양호한 대외건전성과 외국인 채권투자 유입도 장기금리 동조화 요인 중 하나다.

외국인의 국내채권 투자와 함께 한국 투자자들의 해외채권 투자 규모를 늘린 것도 장기금리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거주자 해외채권투자가 국내 장기금리의 과도한 하락을 막았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유럽 장기금리가 미국 금융 상황 변화에 영향을 받고 있어서 한국이 유럽과의 동조화가 심화했다고 평가했다.

성 과장은 "국내외 장기금리가 동조화되고 있어서 선진국 금리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ECB 등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추진할 경우 선진국 장기금리가 오르면서 한국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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