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면 부실화할 국내 그림자금융 규모가 80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3일 '국내 부동산 그림자금융 현황과 업권별 리스크 관리방안' 보고서에서 "국내외 부동산시장의 경기 상황에 따라 환매나 계약 철회 등으로 부실화될 그림자금융 규모가 80조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림자금융은 은행 시스템 밖에서 은행 수준의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으면서 신용중개에 관여하는 기관과 시장을 일컫는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국내 부동산 관련 그림자금융 규모는 약 470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장기간 저금리와 2010년대 초반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시장 호황을 기반으로 빠르게 확대된 결과다.

업권별로는 부동산신탁이 242조5천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밖에 부동산 관련 대체투자펀드는 139조원, 비은행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41조1천억원, 부동산 관련 유동화 증권 23조8천억원, PF 채권 보증 및 신용보강 22조2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신 연구위원은 470조원의 17%에 달하는 80조원이 부실화될 위험에 노출됐다고 분석했다.

이 중 1조1천억원 규모의 P2P 부동산 관련 금융상품이 위험에 가장 민감하게 노출된 것으로 내다봤다.

전반적으로 이들의 사업 규모가 영세하고 재무구조가 취약한 데다, 업권 자체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낮고 연체율까지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부동산펀드 중 직접개발형 펀드 4조원, 부동산신탁 중 차입형 및 책임준공 확약형 토지신탁 10조1천억원, 증권사 PF 대출 19조4천억원, PF 관련 신용보강 22조2천억원 등도 상대적으로 다른 유형의 상품보다 리스크 영향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신 연구위원은 "부동산이 가계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부동산 관련 대출과 그림자금융의 비중이 높은 국내 상황을 고려하면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금융 안정성, 나아가 거시경제 전반에 대한 파급 효과는 금융자산 가격이 하락할 때의 충격보다 크게 나타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향후 글로벌 차원의 통화정책 방향 전환과 부동산 경기의 정체, 하강 국면 진입이 예상되어 국내 부동산 그림자금융 관련 리스크에 대한 선제 모니터링과 사전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부동산 그림자금융 관련 상품이 다양하고 부동산시장 경기 변동에 따른 관련 업권과 상품별 리스크 정도도 다르기 때문에 차별화된 리스크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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