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기자 = 지난해 IPTV와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의 인수합병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지지부진했던 것은 국회에서 합산규제를 재논의할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법안소위를 열고 유료방송 합산규제와 관련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에 돌입한다.

합산규제는 케이블TV와 IPTV, 위성방송을 등 전체 유료방송 시장에서 특정 유료방송 사업자가 전체 가입자의 3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다는 제한 사항을 일컫는다.

이러한 합산규제는 애초 KT와 스카이라이프가 점유율을 과도하게 높여 유료방송시장을 독점할 것을 우려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6월 합산규제 법안이 일몰되며 현재는 합산규제를 다시 시행해야 하느냐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추혜선 정의당 국회의원은 합산규제를 향후 2년 더 연장하는 '방송법'과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이후 줄기차게 합산규제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추 의원은 "합산규제 일몰에 따라 위성방송만 규제에서 벗어나게 돼 KT가 자회사인 KT 스카이라이프를 통해 시장 독점을 하게 될 우려가 있다"면서 "합산규제는 현행 법체계 내에서 플랫폼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시장의 공정경쟁을 통한 시청자의 선택권과 편익을 지키기 위해 아직은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합산규제는 애초 KT와 스카이라이프의 과다한 점유율 독점을 우려해 추진됐으나, 현재 다른 유료방송사업자들도 인수합병을 할 경우 여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작년 상반기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을 보면, KT 20.67%, SK브로드밴드 13.97%, CJ헬로 13.02%, LG유플러스 11.41%, 스카이라이프 10.19% 등이다.

이런 상황에서 CJ헬로와 딜라이브(6.5%)가 시장 매물로 나오면서 KT와 LG유플러스 등이 물밑에서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 만약 KT나 LG유플러스가 인수합병을 성사시킬 경우 합산규제의 틀에 갇힐 가능성이 남아있는 셈이다.

국회 논의에 따라 합산규제가 다시 시행될 경우 규제에 갇힐 우려가 커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 시장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국내 방송 산업 발전을 위해 합산규제의 틀을 깨고 M&A 시장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료방송 쟁탈전이 한창 진행되는 상황에서 합산규제가 다시 거론되면 시장은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국내 유료방송 발전을 위해서는 유튜브나 넷플릭스에 대응할 수 있는 공룡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합산규제는 유료방송 M&A에 부정적 영향 미칠 수 있어 현실적으로 도입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msb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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