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각규 부회장, 이달 윤종규ㆍ조용병과 회동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지난해 오렌지라이프(舊 ING생명) 인수에 성공한 신한금융지주가 내달 중순 예정된 롯데캐피탈 인수전에 뛰어들 채비에 나섰다.

KB금융지주도 가능성을 열어둔 채 종합적인 검토를 진행하고 있어 인수·합병(M&A)을 통한 리딩금융 경쟁이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롯데캐피탈 인수를 위한 사전 검토를 진행 중이다. 자문사 선정을 위한 절차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 고위 관계자는 "(롯데금융 계열사 중) 손보와 카드가 아닌 캐피탈을 관심 있게 살펴보고 있다"며 "예비입찰 참여를 최종적으로 확정한 단계는 아니지만, 필요성에 대해 보고 있다"고 말했다.

KB금융도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 인수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종합적인 검토를 진행 중이다.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카드와 증권 등 전반적인 M&A 그림을 리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롯데캐피탈 역시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현재까지 롯데 금융계열사 인수에 부정적이다.

이에 금융권에선 내달 13일 예정된 롯데캐피탈 예비입찰에서 KB금융과 신한금융이 맞붙을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이달 중순부터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이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을 차례대로 방문한 것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이번 회동은 황 부회장 측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참석자들은 어디까지나 신년인사 성격의 의례적인 만남이었을 뿐 M&A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황 부회장과의 회동 자체가 암묵적인 시그널이 되기 충분하다는 게 금융권의 해석이다.

그간 롯데캐피탈은 롯데 금융계열사 중 가장 매력적인 매물로 손꼽혀왔다.

자본확충 부담이 큰 보험사, 업황이 악화한 카드사에 비교해 '가성비'가 높기 때문이다.

캐피탈사는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제외 업자라 대주주가 변경돼도 별도의 승인 없이 인수가 가능하단 점도 장점이다.

롯데캐피탈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자동차 금융과 기업ㆍ개인 신용대출이 고르게 구성돼 있다.

은행과의 연계 영업은 물론 합병 시 기존 캐피탈사는 물론 카드사와의 시너지를 크게 낼 수 있다.

롯데캐피탈은 지난 2016년 이래 줄곧 연간 1천억원 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시장에서 내다보는 KB금융과 신한금융의 당기순이익은 3조4천954억원과 3조4천209억으로 1천억원이 채 나지 않는다.

만약 두 곳 중 한 곳이 롯데캐피탈 인수에 성공하면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확실한 리딩금융에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KB금융은 리딩금융 경쟁을 위한 무리한 M&A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윤 회장은 취임 이후 줄곧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위한 전략적 M&A를 강조해왔다.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에 이어 아시아신탁 지분 인수까지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조 회장에게 롯데캐피탈 인수는 인오가닉 성장에 있어 또 다른 성과가 될 수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캐피탈의 경우 재무적 투자자를 포함해 관심 있는 곳들이 많아 금융지주의 인수 가능성을 쉽게 예단할 수 없다"며 "시장에서 1조원까지 매각가를 내다보고 있으나 신한과 KB의 경우 배당과 회사채 조달 등 인수 여력에는 무리가 없는 잠재 후보군"이라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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