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임대료 절반을 낮추고도 은행 영업점을 운영할 사업자를 찾지 못하던 김포ㆍ청주국제공항이 결국 기존 사업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공항 영업점 운영을 계속하게 되면 그간 되풀이돼 온 적자 경영 부담을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는 신한은행, 우리은행과 김포ㆍ청주국제공항 사업자 선정을 위한 수의계약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6번의 입찰은 번번이 유찰됐다.

당초 한국공항공사는 국내선 AㆍB 권역과 국제선 C 권역에 각각 132억원과 135억원, 119억원을 제시했다.

총 임대료 386억원은 5년 전 입찰에서 시중 은행들이 제시한 금액보다 두 배 넘게 치솟은 수준이었다.

부가가치세 10%를 더해 국내선 노선에만 150억원 수준의 임대료를 매년 감당할 은행은 없었다.

이후 한국공항공사는 두 번에 걸쳐 임대료 200억원가량을 깎았다.

사업권 조정을 거쳐 제시된 AㆍB 권역 연간 최소임대료는 각각 96억원으로 총 192억원이 책정됐다.

하지만 은행들은 묵묵부답이었다.

지난주 치러진 입찰은 개찰조차 진행되지 않은 채 재입찰 공고가 나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지난 28일 치러진 여섯 번째 입찰을 끝으로 공사는 수의계약으로 방향을 바꿨다.

수의계약의 관건은 임대료 추가 조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 상황대로라면 우리은행(A 권역)과 신한은행(B 권역)은 매년 임대료에 105억6천만원(VAT 10% 포함)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최소임대료일 뿐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매년 상승한다.

추가 비용도 든다.

특약사항에 따라 입점 은행은 영업점 인근 미디어월을 설치ㆍ관리해야 한다. 영업점과 환전소 설치 비용도 은행이 부담한다.

무엇보다 입점 은행은 공사 측에 연간 임대료의 6개월 치를 미리 예치해야 한다.

은행들은 연간 임대료가 50억원 수준으로 낮아져야 수익성을 맞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공항과 공사 직원을 상대로 어느 수준의 영업을 할 수 있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부분을 최소화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50억원 이상을 임대료로 내고선 적자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며 "공항 입점 은행의 상징성, 브랜드 평판 등을 올릴 기회임에도 입찰에 미동조차 하지 않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대고객 서비스를 위해 손실을 감수하고 영업을 하는 것인데 굳이 영업점 임대가 아니라도 딜리버리 환전 서비스 등을 통해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1976년부터 김포공항에 입점해 40년가량 서비스를 이어 왔다. 우리은행도 2014년부터 적극적으로 김포공항 영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매년 치솟는 임대료와 정부의 환전수수료 인하 압박으로 은행들 사이에서 공항 영업이 돈이 되지 않는다는 명제가 굳어진 지 오래다.

한국공항공사 측도 수차례 면담을 통해 은행권의 이러한 분위기를 인지하고 있지만,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임대료를 조정한 만큼 쉽게 물러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수의계약으로 전환한 만큼 간극을 줄여볼 것"이라며 "언제까지 협상이 마무리된다고 언급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내달까지 협상이 길어지면 일단 기존 영업점 계약을 연장해 고객의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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