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올해 들어 중국 정부가 대출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자 회사채 발행 '붐'이 일어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윈드에 따르면 올해 중국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 규모는 이미 1조700억위안(약 179조7천억원)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6천614억위안과 비교해 60% 넘게 급증한 수치다.

만기 도래 채권을 상환하기 위해 발행된 물량을 제외하더라도 이 기간 순 채권 발행량은 전년 대비 2배 넘게 늘어난 3천923억위안에 달한다. 중국 거대기업인 페트로 차이나 등이 채권 발행 대열에 동참했다.

지난 1년 넘는 기간 동안 중국 정부는 은행들의 지급준비율을 다섯 차례나 인하하며 돈줄을 풀어왔다. 이는 미국과의 무역분쟁으로 어려워진 기업들이 더 쉽게 현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한 것이었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실제 효과를 발휘했고 중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달 2년래 최저치인 3.07%까지 하락했다.

DBS은행의 네이선 쵸우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금융 규제를 느슨하게 풀어가는 와중에도 시중 은행들은 대출을 늘리는 데 주저했다"며 "이 때문에 중국 기업들은 회사채시장으로 달려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도 기업이 대출보다는 자본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비중이 늘어나도록 하고 있다며 이런 현상은 중국 정부의 장기 목표와 부합한다고 말했다.

WSJ은 하지만 회사채 발행 붐이 일면서 가장 크게 혜택을 보는 곳은 중국 국영기업들과 지방정부가 소유한 기관들이라며 재무상태가 나쁜 민간 기업들은 자금 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 657곳 중 민간은 78곳에 불과하다.

중국 신용평가사가 'AAA' 신용등급을 부여한 회사채의 5년물 수익률은 지난해 5.40%에서 올해 3.81%까지 하락했다. 반면 'AA-'인 회사채금리는 같은 기간 0.05%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쳐 여전히 6.87%의 고금리를 형성하고 있다.

'AAA' 채권은 대부분 중국 국영기업, 'AA-' 이하 채권은 민간 기업이 발행한다.

유나이티드오버시즈은행의 수잔 텍 킨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은 여전히 위험도가 높은 민간 기업의 회사채를 기피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유동성을 공급하지 않는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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