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설비 신증설에 나선 화학기업들이 회사채시장을 찾고 있다. 투자금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시장금리가 낮을 때 발행을 마쳐 이자 비용까지 절약하는 이른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6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LG화학(신용등급 'AA+')은 전일 5천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고자 수요예측을 실시해 총 2조6천400억원의 매수주문을 확보했다. 지난 2012년 수요예측 제도 도입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트랜치별로 3년물(모집 규모 1천억원)에 8천100억원, 5년물(2천억원)에 8천900억원, 7년물(1천억원)에 4천억원, 10년물(1천억원)에 5천400억원이 유입됐다.

시장금리가 지난해 5월부터 하락세를 보이면서 조달비용도 절약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LG화학 회사채 금리는 지난 2017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나타났다.





<LG화학 회사채(공모/무보증, 3Y) 금리추이, 자료: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4788)>

앞서 지난해 2월에도 LG화학은 5천억원을 모집하기 위해 실시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2조1천700억원의 수요를 확인했다. 발행금액은 1조원으로 확대됐다.

당시에 LG화학은 확보한 자금 가운데 9천700억원을 시설자금에 사용하기로 했다. 대산과 여수, 청주공장의 생산시설 확장과 오송공장 생산시설 건설 등이 목적이었다. 나머지 300억원은 만기 예정 사모사채를 차환하는 데 쓰였다.

같은 만기의 새로 발행된 회사채 금리는 차환된 사모사채보다 연 32.2bp 낮았다. 이보다 한 해 전인 지난 2017년 3년 만에 공모사채시장을 찾은 LG화학은 생산시설 확장과 단기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8천억원을 회사채로 조달했다.

현재 LG화학이 대규모 신증설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자금조달 속도도 더 빨라질 전망이다. LG화학은 올해 9조원가량의 투자계획을 세웠다.

기초소재와 전지사업 부문에 전년도 투자금액보다 36% 증가한 6조2천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신규 설비투자 및 확장에는 전년 대비 45% 증가한 4조4천억원을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한화케미칼('AA-')은 지난 1월 1천억원 규모로 실시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4천300억원의 주문을 얻어냈다.

한화케미칼은 500억원을 증액해 발행한 1천500억원 회사채 가운데 940억원을 여수공장 증설사업에 활용하기로 했다. 나머지 560억원은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를 차환하는 데 사용하면서 조달금리를 연 39.4bp 아꼈다.

SK그룹 계열사인 SK실트론과 SKC도 시설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달 회사채시장 문을 두드렸다.

SKC('A+') 회사채에는 1천500억원 모집에 8천600억원이 몰렸다. 발행금액은 2천억원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700억원은 투명 폴리이미드(PI) 필름과 반도체용 블랭크마스크 신규시설 등 투자에 사용하기로 했다. 이외 800억원은 지난 2016년 발행된 회사채를 차환하는 데 쓰였다. 당시 발행금리는 연 2.444%로 새로 발행된 회사채보다 연 29.7bp 높은 수준이었다.

SKC는 올해 투명PI필름과 중국 자운스범퍼 및 웨트케미칼 등에 745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의 기초재료인 실리콘 웨이퍼를 제조하는 SK실트론('A')은 회사채 1천800억원 모집에 1조2천170억원의 뭉칫돈이 유입되면서 3천200억원으로 증액했다. SK실트론은 생산시설 확장 등 시설자금에 2천600억원을 사용하고, 나머지 600억원은 만기 회사채를 갚기로 했다.

한솔케미칼('A')의 5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는 모집액의 5배에 이르는 2천450억원이 들어왔다. 한솔케미칼은 전주공장 원료 증설과 전자소재 증설 등 시설자금에 150억원을 사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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