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사외이사의 절반 이상을 주주사 출신으로 채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은행 출범 초기부터 주요 주주사들의 사외이사 자리 나눠먹기는 논란이 됐지만, 사외이사가 대거 교체된 이후에도 이런 관행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12일 카카오뱅크의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말 사외이사 6명 중 4명을 교체했다.

기존 멤버 가운데 이상원·노재균 사외이사는 유임됐고, 김진일·윤웅진·이계순·진재욱 사외이사가 새롭게 이사회에 합류했다.

눈에 띄는 것은 유임된 사외이사 2명이 카카오뱅크의 주요 주주사와 연관이 있는 인물이란 점이다.

이상원 사외이사는 KB국민은행에서 WM그룹과 신성장그룹 부행장을 지냈다. 노재균 사외이사는 SGI서울보증보험 출신이다.

국민은행과 서울보증보험은 각각 카카오뱅크의 지분 10%와 4%를 보유하고 있다.

새로 선임된 인물 중에서는 이계순 사외이사가 카카오뱅크 지분 4%를 갖고 있는 우정사업본부 출신이다.

이 밖에 김진일 사외이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거시경제·통화정책 전문가로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재무회계와 투자 분야 전문가인 윤웅진 사외이사는 한국전자인증 대표, 큐브벤처파트너스 사장 등을 거쳤고 현재 인사이트에퀴티파트너스 사장이다.

진재욱 사외이사는 하나UBS자산운용 대표와 UBS자산운용 싱가포르 대표를 지냈다.

또 다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의 경우 사외이사 7명 중 6명이 주주사 관련 인물들이다.

출범 초기부터 이사회 멤버였던 성낙일 사외이사는 KT 선임연구원 경력이 있다.

최승남 사외이사는 과거 우리은행 부행장과 우리금융지주 부사장을 거쳤고, 김준경 사외이사는 현직 GS리테일 임원이다.

이헌철 사외이사는 현재 에이앤디신용정보 소속이지만 한화생명 출신이며, 현대자산운용 부사장으로 재직 중인 최용현 사외이사도 농협중앙회에서 상호금융투자국장, 상호금융자금운용부장 등을 역임했다.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 대표로 재직 중인 정한설 사외이사는 IMM인베스트먼트 초기 멤버로 활약했다.

KT, 우리은행, GS리테일, 한화생명은 모두 케이뱅크의 주요 주주사다.

농협중앙회의 지배를 받고 있는 NH투자증권과 IMM인베스트먼트가 모태인 IMM프라이빗에쿼티도 각각 케이뱅크 지분 약 10%를 보유하고 있다.

인터넷은행 주주사들의 사외이사 자리 나눠먹기 논란은 지난 2017년부터 국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지만, 인터넷은행들은 규정에 따라 전문성 있는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에서는 인터넷은행의 사외이사 자리는 주주사들의 몫이란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며 "인터넷은행들이 시중은행에 비해 사외이사 교체폭이 큰 것도 주주사들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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