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름 너머 햇살까지도 보는 혁신금융 되길 기대"

"물리적 거리 가까워졌지만 창업인들에게 은행 문턱 여전히 높아"



(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금융인들이 대거 참석한 행사에 나서 혁신성장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금융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의 금융 관행에서 벗어나 미래 기술혁신을 선도하는 혁신금융으로 탈바꿈하면서 새 시대에 걸맞는 금융으로 변화해 줄 것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21일 중구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혁신금융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그간 햇볕 날 때 우산을 빌려주고 비 올 때 우산을 걷어간다는 뼈아픈 비판이 있었다"며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 올 때 우산이 되어주는 따뜻한 금융이 되고, 한 걸음 더 나가, 비구름 너머에 있는 미래의 햇살까지도 볼 수 있는 혁신금융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에디슨이 1879년 12월 31일 밤 미국 뉴저지에서 290개의 백열전구를 밝힌 역사적인 순간을 언급하면서, "환호는 잠시였고 에디슨은 금방 다른 난관에 부딪혔는데 제품 양산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때 에디슨에게 길을 열어 준 것은 '아이디어와 기술' 그 자체였다"며 "백열전구 기술 특허를 담보로, 대출과 투자를 받아 제너럴일렉트릭(GE)의 모태가 된 전기회사를 설립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에디슨이 바로 혁신금융의 최초 수혜자였다면서 "혁신금융이 없었다면,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꾼 백열전구를 보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아이디어가 경쟁력이다"며 "아이디어만으로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아이디어를 제품화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이뤄져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수 있다"며 "금융이 아이디어의 가치를 인정해주어야 한다. 금융이 혁신을 든든히 받쳐주고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제2 벤처 붐 확산을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의 노력에 더해 도전을 응원하는 금융, 혁신을 장려하는 금융이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 "오늘날 금융은 국민 삶과 매우 가까워졌다"며 "과거에는 은행에 직접 가야 가능했던 일이 스마트폰 속 '내 손안의 은행'으로 해결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물리적 거리는 가까워졌지만 마음의 거리는 여전히 멀리 있다"며 "꿈과 아이디어, 기술에 대한 자신감으로 가득 찬 창업기업들에 은행의 문턱은 아직도 높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이미 세계 각국은 혁신금융에 박차를 가해 혁신·벤처산업을 활성화하고 있다"며 "유수의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담보 없이 기업가치를 평가하거나 미래 성장성을 중시하여 혁신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애플과 아마존은 혁신금융의 도움으로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고, 오늘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여전히 부동산담보와 과거 실적 위주의 여신 관행이 혁신 창업기업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며 "담보가 충분한 대기업에 비교해 혁신 창업기업과 중소기업에 금융의 문은 매우 좁다. '금융의 양극화'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런 양극화를 해소할 때 혁신도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대통령은 "혁신금융이 창업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맥이다. 금융이라는 동맥이 잘 뚫려 있어야 혁신의 심장이 쉬지 않고 고동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미 금융인 여러분은 은행권의 결제시스템을 개방하고 포용적 금융을 확대하고 있다"며 "더 나아가 주시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어 "정부도 시스템을 개선하고 정책금융을 통한 마중물 역할을 강화하는 등 금융과 기업인의 혁신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며 "특히 혁신금융이 지속적인 동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와 금융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혁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실패가 있을 수 있고 금융기관의 손해도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는 금융감독 방식을 혁신 친화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회사가 혁신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해당 임직원의 고의, 중과실에 의한 것이 아니면 적극적으로 면책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또 은행 여신 시스템을 전면 혁신해 혁신기업에 모험자금을 공급하고, 제조업과 서비스산업 혁신을 위해 필요한 자금도 충분히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일괄담보제도를 전면 시행해 기업들이 기계, 재고, 매출채권과 같은 동산과 채권, 지적 재산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산을 포괄적으로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게끔 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또 통합여신심사모형을 구축해 기술평가와 신용평가를 통합해 기술력이 있으면 신용등급이 높아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향후 3년간 혁신·중소기업에 100조 원의 신규자금을 공급하겠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바이오산업 등 혁신업종에 수익성과 원천기술, 미래 자금조달 가능성 등을 반영한 차별화된 상장기준을 마련해 코스닥 상장의 문을 획기적으로 넓히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지난 3년간 코스닥에 신규 상장된 바이오와 4차산업 기업 수가 38개였는데, 이번 상장 문호 확대를 통해 앞으로 3년간 80개가 더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밖에도 신속이전 상장제도와 성장지원펀드 운영방식 개편, 증권거래세의 단계적 인하 등을 통해 혁신기업에 충분한 모험자본을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향후 3년간 주력산업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12조5천억 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지원해 신규 일자리 4만 개를 만들겠다고 했다.

자본시장을 통한 기업구조조정 활성화를 위해 현재 1조 원 규모의 '기업구조혁신펀드'도 5조 원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관광, 보건의료, 콘텐츠, 물류 등 유망서비스산업에 대해서도 향후 5년간 60조 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지원해 서비스산업 혁신을 위한 마중물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서비스산업 분야에서 향후 5년간 13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도 전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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