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국민연금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하면서 조 회장이 결국 이사진에서 물러날지 관심이 집중된다.

조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면 처음으로 국민연금의 결정으로 기업 총수가 물러나게 돼, 국민연금의 시장 영향력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26일 대한항공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했다.

국민연금 조 회장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 침해 이력이 있다고 판단해 27일 대한항공 주총에서 사내이사 연임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조 회장은 현재 27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경영 참여 주주권을 행사하되 대한항공은 제외하기로 결론 내렸으나, 대한항공 이사 연임 반대는 경영 참여에 해당하지 않아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한항공 지분의 11.56%를 가진 2대 주주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조 회장의 연임이 불투명하게 됐다. 해외 연기금과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등도 조 회장의 재선임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주식은 조 회장과 한진칼 등 특수관계인이 33.35%를 보유하고 있는데, 국민연금 반대표에 지분 22%가량이 동조하면 조 회장의 연임은 무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 주주들은 대한항공 주식의 24.77%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연금(CPPIB)과 미국 플로리다연금,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투자공사가 조 회장의 연임을 반대했고,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국내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도 조 회장 연임 반대 권고를 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반대 의결권 행사 비중을 높여왔으나, 실제로 올해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의사가 관철된 적이 많지 않아 체면을 구겼었다.

현대건설과 기아차, 효성의 경우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감사위원 선임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연금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총에서 분식회계 등을 이유로 재무제표 승인과 사내 사외이사 선임 건을 반대했으나 회사 안이 가결됐다.

하지만 대한항공 주총에서는 국민연금의 반대표가 조 회장을 대한항공 이사진에서 끌어내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 국민연금의 시장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포트폴리오만 지난해 말 기준 약 109조 원을 가지고 있으며, 국민연금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 대부분의 5% 이상 지분을 보유하는 대주주다.

연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이후 주총 반대 비율을 늘리고 있다"며 "다른 연기금들도 국민연금 결정을 지켜보고 있고 스튜어드십 코드를 본격화할 계획이어서 국민연금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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