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전 세계 커버드본드 발행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강자들은 대부분 유럽국가다. 커버드본드는 유럽 지역에서 은행의 효율적인 자금조달 수단과 신용도 높은 투자 대상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반면, 국내에서는 이중상환청구권부 채권 발행에 관한 법률 제정과 금융당국의 커버드본드 유인책 발표로 시장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아직 발행실적은 저조한 편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국내 커버드본드 시장이 유럽 국가를 모델로 발전하려면 발행 주체인 은행들의 담보관리 시스템 구축과 투자 수요에 대한 면밀한 예측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15일 금융당국과 유럽커버드본드위원회(ECBC)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말 현재 전 세계 커버드본드 발행잔액 중 유럽 국가 비중은 92.9%에 달했다. 연간 발행액 기준으로는 94.1%가 유럽 국가의 몫이었다.

지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유럽 국가들의 커버드본드 발행잔액은 2조3천억~2조8천억 유로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신규 발행액은 연평균 약 5천555억 유로에 이를 정도로 발행 규모에 있어서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주요 국가별로 보면 2017년 말 기준 발행잔액은 덴마크가 3천984억 유로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독일(3천662억 유로), 프랑스(3천122억 유로), 스페인(2천419억 유로), 스웨덴(2천192억 유로) 등이 뒤를 이었다.

비유럽권 국가 중에서는 캐나다(931억 유로), 호주(635억 유로), 뉴질랜드(102억 유로), 싱가포르(56억 유로) 등이 눈에 띄었다. 한국의 발행잔액은 26억 유로로 집계됐다.

국내 커버드본드 발행 실적은 작년 말까지 총 16건에 그치고 있다.

이 가운데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한 커버드본드가 12건으로 국내 은행의 발행 실적은 4건이다. 지난 2014년 이중상환청구권부 채권 발행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발행된 은행권의 커버드본드도 3건에 불과하다.

이처럼 커버드본드가 유럽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이유는 발행금리 면에서 은행들의 유리한 자금조달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유럽에서 발행되는 커버드본드는 은행채에 비해 발행금리가 50~100bp 정도 낮게 형성된다. 발행사의 신용등급보다 2~3노치 높은 신용등급을 받을 수 있는 점도 커버드본드의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커버드본드는 국채에 근접하는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유동성 위기 상황에서도 자금조달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장기 투자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가 풍부하다는 것도 유럽에서 커버드본드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다.

반면, 그간 국내 시장은 커버드본드의 이런 장점들이 부각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었다.

커버드본드 금리는 국고채와 은행채 금리의 중간 수준인데 국고채와 은행채 간 스프레드가 작아 유럽 은행들처럼 금리 절감 효과를 누리기 어려웠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금융회사 자본적정성 규제비율 산출 시 커버드본드가 은행채와 동일한 위험도를 지닌 자산으로 분류되다 보니 매력을 느끼기 어려웠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1윌 커버드본드 발행분담금 면제와 위험가중치 하향 조정 등이 포함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런 인센티브가 주어지더라도 유럽형 커버드본드 모델이 국내에 안착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들이 커버드본드를 본격적으로 발행하기 위해서는 담보관리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며 "관련 시스템을 구축한 은행들은 발행에 나설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은행들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의 유인책과 별개로 유럽형 커버드본드 모델이 국내 시장 상황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시장 관계자는 "아직 국내에 커버드본드 유통시장에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비유럽 발행물에 대한 투자 수요가 상대적으로 저조하다는 것도 국내 커버드본드 시장의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은행이 장기 자금조달 수단인 커버드본드로 자금을 조달하려면 그에 맞는 현금흐름이 있어야 하는데 국내에는 장기대출 고객이 드물다"며 "장기대출 고객 없이 커버드본드 발행을 늘리면 향후 회계적인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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