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중국 기업들이 저금리 환경을 활용하기 위해 전환사채(CB) 발행량을 빠르게 늘리고 있지만, 주식 가치의 희석을 우려하는 기존 주주들은 못마땅해하는 분위기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위안화로 표시된 전환사채는 현재까지 1천481억위안(약 25조4천억원) 규모로 발행됐다. 이는 지난해 총발행량 1천71억위안을 이미 앞지르는 액수다.

달러화로 표시된 전환사채도 전 세계적으로 발행량이 줄어든 가운데 유독 중국 기업들만 적극적으로 찍어내고 있다.

금융분석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달러화 표시 전환사채의 글로벌 발행량은 204억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급감했지만, 중국 기업이 발행한 물량은 35억달러로 같은 기간 세 배 넘게 급증했다.

신문은 "올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14% 뛰는 동안 기업과 투자자 모두 전환사채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며 "중국 당국이 시장을 안정화하고 부채를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두기 위해 전환사채 발행을 독려한 영향도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은행들이 과도하게 짊어지고 있는 기업 부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자본시장이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전환사채를 발행하면 중국 기업 주가에 당장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중국 정부가 선호하는 부분이다. 중국 당국은 올해 급반등한 주가지수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기업공개(IPO) 속도도 조절하고 있다.

JP모건 자산운용의 주 챠오핑 이코노미스트는 "전환사채는 기업들의 레버리지 수준을 낮추고 증시에 즉각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좋은 옵션"이라고 평가했다.

전환사채를 발행한 기업 중 대부분은 중국 국영기업이 아니다. 현재 유통되는 166개 기업의 위안화 표시 전환사채 중 5분의 1 이하만 국영기업의 것이다. 중국 정부와 연관되지 않은 기업은 통상 전통적인 은행 체계에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기존 주주들은 기업들의 전환사채 물량이 늘어나면서 잠재적으로 주가를 짓누를 수 있다는 우려에 불만이 커지는 모습이다.

특히 중국에선 전환사채 발행기업의 주가가 발행 시점보다 많이 하락하면 추후 전환가액도 덩달아 낮추도록 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다른 지역에선 거의 볼 수 없는 관습으로 주식 가치가 희석될 수 있어 기존 주주들이 불만을 드러낸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계 헤지펀드 프레스턴 자산운용의 샤오징 수 매니징 디렉터는 "대부분의 전환사채 발행기관은 빚을 갚으려 하지 않는다"며 "대신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전환사채로 조달하는 자금은 기업의 시가총액을 고려했을 때 적정 수준인 만큼 주주들의 반발은 제한적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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