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곧 발표할 대 중국 4차 관세 부과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반사 이익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잇따라 미국에 생산공장을 세우면서 미·중 무역분쟁뿐 아니라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와 나프타(북미 자유무역협정) 등 갈수록 강화되는 통상압박에도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3천250억 달러 규모의 4차 관세 부과 리스트에 TV가 포함될 확률이 높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8월 발표한 3차 관세 부과 리스트에 섬유와 의복, 가죽, 가구, 식료품 등이 포함된 데 이어 조만간 발표될 4차 관세에는 TV를 비롯한 가전제품이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TV가 포함될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반사 이익을 볼 확률이 높다.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던 중국 업체 제품의 가격이 관세 부과에 따라 올라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13.5인치 이상 TV 완제품에는 3.9~5%의 관세가 부과되는데, 25%의 4차 관세가 부과될 경우 TV 완제품의 가격은 약 18.6% 상승할 전망이다.

특히 중국 내 생산 비중이 높은 TCL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점쳐졌다.

TCL은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556만 대를 출하했고, 올해 1분기에는 삼성전자를 제치면서 미국 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LG전자, 일본 소니, 중국 하이센스는 해외 생산시설을 통해 수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관세 영향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중국 생산 의존도가 높은 TCL과 동방은 관세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50인치 이하 저해상도 TV 제품의 판매가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기업들이 통상압박을 피하기 위해 미국에 생산공장을 잇따라 건설하고 있기도 하다.

LG전자는 30일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테네시 생산법인에서 세탁기공장 준공식을 열었다.

테네시 세탁기공장은 LG전자가 미국 내에 설립한 첫 생활가전 공장이다.

지난 9일에는 롯데케미칼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에틸렌을 연 100만t 생산할 수 있는 초대형 설비를 갖추고 준공식을 했다.

총사업비는 31억 달러로 국내 단일 기업의 대미 투자 규모로 역대 2번째 규모다.

SK이노베이션도 올해 들어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오는 2025년까지 총 16억7천만 달러를 투자해 연 2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총 50억 달러를 투입해 50GWh 규모로 생산능력을 확장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가전 공장을 건설하고 가동을 서두르고 있고, 한화큐셀코리아는 미국 조지아주와 태양광 모듈 생산공장을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기업들이 이처럼 미국에 생산공장을 잇따라 세우는 것은, 미·중 무역분쟁 격화에 따라 거세지는 통상압박을 피하기 위해서다.

LG전자의 경우 미 행정부의 통상압박이 강화되면서 2017년 8월부터 테네시 세탁기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1월 LG전자와 삼성전자를 비롯한 외국산 세탁기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면서 당초 일정보다 6개월이나 앞선 지난해 12월부터 공장 가동에 들어갔다.

테네시공장에서 생산하는 세탁기는 미국의 세이프가드 적용을 받지 않고 미국 소비자들에게 판매된다.

미국 경제가 견조한 데다 4차 산업혁명의 요람이 되고 있어 투자 환경도 좋은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은 규모가 큰 데다 신기술이 많이 나오고 있어 투자할 가치가 크다"며 "대미 투자를 검토하는 한국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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