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수출입은행장을 두 번 연속 수장으로 맞이하게 되는 금융위원회가 은행 산업을 바라보는 관점은 기존 '보수적 관행'을 용납하지 않겠다는데 있다.

국책은행의 성격상 정책금융을 다루는 곳이지만, 산업 전반에 자금을 중개하는 역할을 한다는 면에서는 시중은행의 역할과 궤를 같이한다는 판단에서다.

3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공식 임명 절차만 남은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지난 인사청문회를 통해 수차례 은행의 보수적 관행에 대한 지적을 해왔다.

당시 여야 의원들이 한국 금융산업이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다고 지적하자 은 후보자는 보수적으로 안정을 중시하다 보니 과감하게 치고 나가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지적에 공감했다.

그는 "은행 직원들이 얘기할 때 항상 마지막에 나오는 것이 책임 문제"라며 "책임지지 않을 일만 하고 싶다는 것이 작용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면책조항을 만들어 창업기업이나 혁신기업 등 중소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심사를 담당하는 은행원이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는 유인책을 만들겠다는 것도 은 위원장의 계획 중 하나다.

그간 가계나 부동산 대출에 집중된 은행권 자금을 동산 담보, 모험자본으로 끌어내기 위해선 이런 법적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변화는 감지되고 있다. 금융위가 내년 1월부터 예대율 규제를 강화해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눠 BIS 비율을 따질 때 가계대출의 가중치는 15%로 올리고 기업대출은 15%로 내리겠다고 발표하면서다.

예대율을 100% 이하로 유지해야 하는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의 비중을 낮추는 동시에 예수금 확보는 물론 중소기업 중심으로 기업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금융위가 개인사업자(소호·SOHO) 대출을 기업대출 범위에서 빼기로 한 데 따라, 중소기업 법인 대출을 늘리는 데 주력하는 추세다. 이는 은행의 혁신금융에 대한 자금 공급과도 맞닿아 있다.

은 후보자는 "예대율 규제 개선, 가계 부문 경기 대응 완충 자본 도입 등 계획했던 정책들을 차질없이 이행하겠다"며 "금융권 수익구조가 예대 마진에 집중되고 있는 구조를 타개하고자 실패를 용인해줄 수 있는 문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은행산업 자체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들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10월 10일부터 시작되는 제3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역시 기존 은행을 긴장시킬 경쟁자를 만드는 과정 중 하나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등장으로 여·수신 금리는 물론 해외송금과 비대면 활성화 등 신규 비즈니스 영역을 개척하는 데 은행권의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이 또 다른 은행업 발전의 촉매제가 될 수 있어서다.

중장기 과제로 미뤄둔 특화은행 설립도 은 후보자의 과제가 됐다. 앞서 금융위는 자산관리 등 특정 비즈니스 영역에 특화한 소규모 은행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신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우선 추진하기로 하고 관련 논의를 미뤘다.

이에 따라 은행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소비자 보호 정책에 대한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판매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은행이 원금보장조차 되지 않는 상품을 판매했다는 데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 책임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신탁형 양매도 상장지수채권(ETN)'과 해외에서 판매된 부동산 DLF 등 다양한 파생상품에 대한 불완전판매 논란이 거센 상황에서 은행이 판매하는 자산관리 상품 범위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그밖에 은행의 해외 진출과 신사업 확장 등은 위원장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국내 기업들이 해외인프라 수주를 위해 대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을 하는데 시중은행은 부실 우려 때문에 머뭇거린다"며 "은행이 두려워하지 말고 해외로 나가서 새로운 길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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