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두산이 4년 만에 면세점 사업을 접으면서 다음 달 시내면세점 특허 입찰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주요 면세 사업자들이 과당경쟁을 우려해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최악의 경우 모두 유찰되는 흥행 참패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30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롯데·신라·신세계 등 빅3 면세점은 내달 14일 마감하는 신규 시내면세점 특허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그룹만이 두산이 반납하기로 한 동대문 두타면세점 사업을 이어받아 영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일 뿐이다.

두산은 직원 고용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백화점그룹 측에 두타면세점 입지를 면세점 사업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SM·동화 등 중소·중견면세점들도 시내면세점 입찰에 적극적이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빅3 면세점은 이미 서울에 1~2곳씩 면세점을 보유하고 있어 더 늘려야 할 유인이 크지 않다"면서 "시내면세점 입찰을 앞두고 두산까지 철수하면서 분위기는 더 냉랭해졌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월 대기업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를 추가로 5개(서울 3곳·인천 1곳·광주 1곳) 허용하기로 했다.

이미 서울 시내 면세점이 13개에 달하지만, 소비와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신규 특허를 더 내주기로 한 것이다.

시내면세점 사업은 4~5년 전만 해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다.

2015년 진행된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입찰에는 2개의 신규 면세 특허권을 두고 롯데·신세계·현대·HDC신라·갤러리아·SK·이랜드 등 7개 업체가 경쟁했다. 같은 해 9월과 이듬해 11월 정부가 추가 특허를 발급하면서 2차 면세점 입찰 경쟁도 치열했다.

하지만 2017년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로 따이궁(보따리상)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줄어든 고객을 서로 잡으려 송객수수료 등 출혈경쟁이 벌어졌고, 수익 구조가 악화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면세점 매출은 따이궁 덕분에 매년 최대치를 내고 있지만, 마케팅 비용도 그만큼 늘어나면서 5~10% 수준이던 주요 면세점들의 영업이익률은 2~5%까지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시내면세점 입찰이 유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4월 한화 갤러리아면세점이 사업 철수를 선언했고, 두산까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특허권을 반납한 마당에 새로 들어올 기업은 물론, 기존 사업자도 섣불리 사업을 확장하기에는 위험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에서 굳이 국내에 추가 사업장을 내기보다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거나 12월 인천공항 사업장 입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연내 추가 면세 사업자를 선정해서 면세점을 또 만든다면 과당 경쟁이 심화할 것이고 한화·두산에 이어 추가 이탈자가 나오는 건 시간문제"라며 "면세점 업계에도 구조조정이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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