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미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높이며 그 비용은 중국이 부담하고 있다고 선전해 왔지만 실제로는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관세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분석했다.

뉴욕 연은은 25일(현지시각) 자체 블로그에 올린 분석 글에서 미국 정부는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중국이 관세를 상쇄하기 위해 제품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실제론 중국 기업들이 거의 가격을 조정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뉴욕 연은은 중국 제품의 가격이 그대로라는 것은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관세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그 규모는 연간 약 400억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다만 뉴욕 연은은 관세 부과로 미국 기업의 수익이 얼마나 낮아졌는지 혹은 소비자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따로 구분 짓지는 않았다.

미국 정부는 미·중 무역전쟁의 과정에서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뉴욕 연은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미국 시장 점유율의 감소를 피하기 위해 관세를 흡수하며 제품 가격을 낮출 수 있었고 25%의 관세 인상을 상쇄하려면 중국 제품 가격은 20% 인하돼야 했다. 미국 소매업체와 제조업체, 도매업체들이 자체 가격과 수익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이 정도 수준이 필요하다.

하지만 앞서 5월 뉴욕 연은이 같은 내용을 분석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잇따른 관세 인상에도 중국산 수입품의 가격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관세가 부과되기 전인 작년 6월부터 올해 9월까지 미국으로 수입되는 중국산 제품의 가격은 달러화 기준으로 2% 하락했을 뿐이다. 게다가 같은 기간 한국과 홍콩, 싱가포르 등 이른바 '신흥 산업 경제'와 멕시코로부터 수입된 제품의 가격도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갔다.

뉴욕 연은은 "이는 중국산 수입품의 가격이 소폭 하락한 점마저 관세 인상 때문이 아니라 전반적인 시장 여건의 결과 때문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뉴욕 연은은 중국이 고율 관세의 충격을 느끼고는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기계류 및 전기 장비의 수입 부문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지난 2017년 이후 약 2% 포인트 줄었다. 전자 제품의 수입에서도 점유율이 8%포인트나 감소했다.

뉴욕 연은은 "중국이 잃은 시장 점유율 중 기계류는 일본과 유럽이 가져갔고 전자 및 전기 부품은 한국과 대만, 베트남, 말레이시아의 몫이 됐다"고 전했다.

뉴욕 연은은 또 중국산 수입품의 달러화 표시 가격이 거의 내려가지 않았다는 점은 중국 위안화의 가치가 첫 번째 대중(對中) 관세 부과 이후 달러화 대비 약 10% 하락했다는 뜻이라며 중국 수출업체들은 영업이익을 보전하는 데 이를 활용했다고 말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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