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손지현 기자 = 국내외 은행들이 최근 지점의 절대적인 숫자를 줄이고 있는 가운데 고객들에게 새로운 은행경험을 제공하는 지점 개설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딜로이트가 17개국 1만7천100명의 은행고객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글로벌은행 지점은 여전히 계좌개설의 주된 통로이자 온라인, 모바일 뱅킹 대비 은행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결과는 상호작용을 통한 경험이 장기간 지속되는 특성이 있고 고객이 지점에 대한 높은 신뢰도를 갖고 있음에 기인한다.

이렇다 보니 주요 은행들은 지점의 수는 줄이면서도 고객에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지점 혁신을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

은행들은 최근 지점에서 금융 서비스뿐 아니라 비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스페인 대형은행인 카이샤뱅크는 작년 7월 발렌시아에, 지난해 10월에는 바르셀로나에 플래그십 지점을 열었다. 이 지점은 자연경관을 전시하는 대형스크린, 향기, 음악, 최신기술을 결합해 고객에게 마치 자연 속에 들어와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또 모든 유형의 전문적인 금융서비스 외에도 유명 쉐프들이 선보이는 음식을 제공하거나 다양한 주제의 토론, 강의 등이 가능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얼굴인식으로 현금 인출이 가능한 ATM도 설치해 고객에게 새로운 은행 경험을 제공한다.

HSBC는 지난 2018년 소프트뱅크의 로봇 '페퍼'를 맨해튼 플래그십 스토어에 도입 후 다른 지점으로 확대 중이다. 페퍼는 도입 이후 2만5천회 이상의 고객을 응대했고 이로 인해 플래그십 스토어의 신규사업에 대한 성과가 60% 이상 증가했다.

또 이 지점에서는 고객들이 페퍼와 함께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도록 권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10억개 이상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이 올라왔으며 이 중 99%가 긍정적인 경험으로 평가했다.

덩달아 방문자의 수도 5배 이상 증가했다.

제레미 발킨 HSBC 혁신부문 대표는 "페퍼의 도입은 고객들의 은행 경험을 '미래의 지점'으로 변환시키려는 장기비전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데이터 인텔리전스와 첨단 로봇 기술을 사용하는 디지털 방식으로 혁신적인 형태의 소매금융 경험을 만들어냄으로써 HSBC는 지점 방문의 일상적인 업무를 기억에 남고 특별한 경험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은행의 지점 혁신은 국내 은행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금융권에서 가장 먼저 이종업종과 결합해 특화점포를 선보인 곳은 우리은행이다. 지난 2016년 3월 커피브랜드 '폴바셋'과 제휴한 지점을 열었다. 이후 다른 업종과 결합해 금융서비스와 비금융서비스 모두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은행이 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0월 '유니버설 허브' 지점을 열었다. 이 지점의 1층에는 카페가 있어 고객들이 업무 차례를 기다리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 2018년 말 경기도 고양시에 농협의 '하나로마트'를 결합한 지점을 선보였고 지난해 11월에는 2호점을 열었다.

KEB하나은행은 영업점과 문화 공간을 결합한 '컬처 뱅크'를 통해 고객에게 공예, 책, 가드닝 등 다양한 테마의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5월 5호점까지 열었다.

특히 충남 천안에 위치한 5호점의 경우 외국인을 겨냥해 한국어 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윤희남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국내 은행들도 실험적인 지점을 도입하는 추세"라면서 "앞으로 국내 금융환경에 적합한 차별화된 지점 형태의 개발과 도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비대면 활성화로 인해 내점 고객이 많이 감소했는데, 내점 고객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특화점포를 많이 내세우고 있다"며 "또 '지점'이라는 플랫폼에 고객들이 머무는 시간을 길게 만들어 고객들이 은행 상품과 서비스에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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