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과 정부의 잇따른 투기 억제책에 서울채권시장에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식고 있다.

이란 사태의 혼란에 묻혀 명확히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전일 단기 구간을 중심으로 한 국고채 금리의 상승세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의 후퇴를 반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전일 국고채 금리는 장 초반 큰 폭으로 하락했다가 이를 점차 되돌려 상승세로 마감했다.

금리 반등에는 이란 사태의 긴장이 오후장 들어 다소 완화된 영향이 작용했다. 그런데 마감가를 구간별로 보면 3년물 금리는 3.2bp, 10년물 금리는 1.7bp 올라 단기 구간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기준금리 전망은 장기보다는 단기 구간의 채권 금리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시중은행의 한 채권 딜러는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에 대해 굉장히 강하게 발언했다"며 "경기 부양보다 부동산 가격 억제가 더 우선시되면서 기준금리 인하는 부동산 가격이 꺾인 이후 검토될 것이라는 판단이 금리에 반영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부동산 관련 발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 상반기 기준금리 인하가 어렵다는 기대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신년사를 통해 "부동산 시장의 안정과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며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같은 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주택 구입 목적의 대출과 관련해 "금융당국은 규제 사각지대 없이 대출규제를 운영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규제 공백이 발견될 경우 관련 규제를 보완해 나가는 한편, 금융기관의 규제 준수 여부를 점검하면서 대출규제를 우회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 규제에 집중하면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금융안정' 목표가 더욱 부각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한은은 물가와 금융의 안정이라는 두 가지 설립 목적을 동시에 추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있다. 목표치인 2%에 미달하는 물가 상승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기준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지만, 반대로 금융안정 목표에는 금리 동결이 더 적합하다.

허태오 삼성선물 연구원은 "부동산 관련 대통령 발언은 워낙 어조가 강했기 때문에 채권시장에서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금통위 내부에서도 계속된 완화 정책이 금융안정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던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시중금리를 하락시킨 이란 문제는 금통위와 별도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란 사태 전개에 따라 금리가 하락한다고 해서 이를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진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시중은행의 채권 딜러는 "이라크 전쟁 당시도 그랬고, 실제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미국이 이기는) 일방적인 전쟁"이라며 "불확실성 때문에 금리가 하락하지만 무력 충돌이 일어나더라도 국내 경기는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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