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 하나로 만든 롯데 신화…신격호 역사 뒤안길로(종합)
껌 하나로 만든 롯데 신화…신격호 역사 뒤안길로(종합)
  • 이현정 기자
  • 승인 2020.01.19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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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19일 별세한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은 한일 양국에 걸쳐 식품·유통·관광·석유화학 분야의 대기업을 일궈낸 자수성가형 기업가이다.

고인은 1967년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호텔롯데, 롯데쇼핑, 호남석유화학 등을 잇달아 창업하거나 인수하면서 롯데그룹을 재계 5위의 대기업으로 만들었다.

신 명예회장은 1922년 10월 4일 울산시 울주군 삼남면 둔기리에서 5남 5녀의 맏이로 태어났다.

일제강점기에 배움을 열망하던 그는 1942년 관부 연락선을 타고 도일해 신문과 우유배달 등으로 고학 생활을 시작한다.

그의 성실성을 지켜본 하나미쓰라는 일본인이 사업을 해볼 것을 제의하며 당시 돈 5만엔을 선뜻 내주고, 이 돈으로 첫 사업을 시작한다.

첫 사업이 폭격으로 공장이 전소되는 시련을 겪지만, 당시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 덕에 갑자기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 껌을 보고 껌 사업에 뛰어든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나오는 여주인공 샤롯데처럼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겠다며 사명을 롯데로 지었다.

한국에서는 1959년부터 롯데와 롯데화학공업사를 세워 껌· 캔디·비스킷·빵 등을 생산했고,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인 1967년 4월 자본금 3천만원으로 롯데제과를 설립했다.

롯데는 신 명예회장과 함께 승승장구했다.

롯데제과는 당시 국내 처음으로 고품질 껌을 선보여 대히트를 쳤고 쥬시후레쉬, 스피아민트, 후레쉬민트 등이 대박 행진을 거듭했다.

1974년과 1977년 칠성한미음료, 삼강산업을 각각 인수해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삼강을 시작했다.

호텔롯데과 롯데쇼핑도 신 총괄회장의 작품이다.

호남석유화학을 인수하면서 비로소 신 명예회장은 중화학 기업에의 꿈을 이루게 된다.

이후 케이피케미칼 등 국내 석유화사와 말레이시아의 타이탄케미칼 등을 인수하며 롯데그룹 성장의 한 축으로 성장했고, 2012년 롯데케미칼로 사명을 바꾸고 글로벌 회사로 거듭났다.

그는 지난 1980년대부터 관광보국의 꿈을 가지고 롯데월드타워를 계획했으며, 2017년 4월 123층의 롯데월드타워가 오픈하며 30년 숙원사업을 이뤄내기도 했다.

신 명예회장은 롯데그룹을 자산 100조원의 한국 재계 순위 5위까지 성장시켰다.

신 명예회장이 안목이 뛰어난 경영자였음에도 말로는 순탄치 않았다.

2015년 7월 불거진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면서부터다.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 선임돼 한·일 롯데를 총괄하게 되자 형 신동주 전 부회장이 롯데홀딩스에서 신 회장을 해임하는 등 쿠데타를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고인이 동참하면서 결국 일본 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전격 해임되는 수모를 겪었다.

경영권 다툼 이후 신 명예회장의 정신건강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고, 결국 대법원에서 한정후견인을 지정하면서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고인은 1990년대부터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34층을 집무실 겸 거처로 삼았으나 2017년 8월 건물 개보수를 진행하면서 2018년부터 거처 문제를 두고 두 형제의 갈등은 이어졌다.

그는 지난해 6월 법원 결정에 따라 거처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소공동으로 옮긴 이후 건강이 더욱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명예회장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으로 기소돼 지난해 10월 징역 3년, 벌금 30억 원의 실형을 확정받았으나 치매 등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수형생활이 어렵다는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재계에서는 신 명예회장이 산업불모지인 모국에 기업을 일으켜 국가와 사회에 일익을 담당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신 명예회장의 경영철학은 정직과 봉사, 그리고 정열로 압축된다.

그는 기업의 존재 이유는 생산 활동을 통해 인간의 행복에 기여하는 데 있으며, 사회와 국가에 봉사하는 것이므로 무엇보다 정직한 기업 정신이 요구된다는 신념을 잊지 않았다.

또 한 번 시작한 사업이 최고의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다른 부분을 엿보지 않는 것 또한 신 명예회장의 경영 소신으로 유명하다.

신 명예회장은 생전에 롯데 계열사 사장들에게 "잘하지도 못하는 분야에 빚을 얻어 사업을 방만하게 해서는 안 된다.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미래 사업 계획을 강구해 신규 사업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롯데가 가장 잘하는 분야에 힘을 집중해야 신규 사업은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고, 핵심사업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주위에서 명실상부한 그룹이 되려면 중공업이나 자동차 같은 제조업체를 하나쯤 갖고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건의했을 때에도 신 명예회장은 "무슨 소리냐, 우리의 전공 분야를 가야지"라며 일축해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정직한 기업 정신을 바탕으로 한 정열적인 활동, 온 힘을 기울여 매진하는 신 명예회장의 자세가 지금의 롯데를 만들었다"면서 "고객을 먼저 생각하는 고인의 정신을 앞으로도 계속 받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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