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최광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부가 나서서 국민연금을 이용해 기업들을 제재하겠다는 발상은 기금설립 목적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최 전 장관은 6일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국민연금 독립성 확보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기조발제를 통해 이같이 지적하고, "일부 기업의 위법 행위는 관련법을 통해 처벌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으로 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민연금위원회를 복지부에 설치해 기금운용 간섭은 금지하고 감독 기능만 수행할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국민연금위원회 산하에 기금운용위원회를 두되 세계 최고의 기금운용 전문가들로만 위원들을 구성해 전문성을 높이고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 사용자대표인 이상철 한국경영자총협회 수석위원은 현행 기금운용위가 정부와 노사,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등 이해관계자 중심이라고 지적하면서 전문가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일본과 노르웨이, 네덜란드, 캐나다 등 세계적 연기금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는 모두 공모나 노사단체 추천을 받은 민간 투자·금융 전문가들로 구성해 정치적 영향에서 벗어나 수익률 극대화에 매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전문가 의사결정으로 국민적 신뢰를 확보해 이해관계자 간 이익 충돌이 있는 의사결정을 하더라도 우리나라와 같은 사회적 갈등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국민연금 산하 위원회 중에서 스튜어드십 코드의 집행역할을 하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와 투자정책전문위원회는 기업들에 매우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데 설치근거를 상위법이 아닌 시행령에 두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민연금 의사결정의 한 축인 지역가입자단체에 농어업인, 자영업자, 소비자, 심지어 시민단체들까지 넣는 것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위원회 구성이 다양하다고 해서 독립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민연금이 사법적 심판대에 오르고 있다. 복지부의 역할은 감독 기능에 국한하고 시민단체들도 위원회를 통한 과도한 기업경영 개입 충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관훈 선문대 교수는 "국민연금 투자·운용이나 기업경영에 전문적 지식이 부족한 위원들이 참여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이 정치적 판단에 휘둘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를 해결하려면 국민연금의 투자 판단과 의결권 행사는 투자전문가에게 맡기고 현행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이들 전문가들의 의사결정을 관리·감독하는 기능에 그쳐야 한다"고 했다.

최성현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본부장은 "세계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이 막강한 자금력으로 국내 주식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기금운영의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정치적 이유로 기업 경영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최근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과 지난해 말 마련된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은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다"며 "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이 거의 없는 현 상황에서는 오히려 국민연금이 해외 투기자본으로부터 국내 기업과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이제 우리 기업들은 해외 헤지펀드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의 경영권 간섭까지 받게 됐다"며 "문제는 이런 공격을 우리 기업들이 별다른 방어수단 없이 감내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권 원장은 "국민연금 설립 목적이 국민들의 미래소득 보장에 있는 만큼 정부가 기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날 세미나는 한경연과 경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경제단체들이 공동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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