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한진칼이 오는 27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결국 전자투표제를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진칼은 전날 열린 이사회에서 이 안건을 논의했으나, 예상 주총 참석률과 보안성 등을 이유로 이번 주총에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한진칼 관계자는 5일 "전자투표제 본래 취지는 주주불참으로 인한 의결 정족수 부족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이번 주주총회와 같이 참석률이 높은 경우는 불필요하다"며 "시스템 해킹 등 보안성도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명했다.

다만, 이번 한진칼의 결정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많은 대기업들이 앞다퉈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면서 소액주주들의 주총 참여를 독려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업계에서는 한진칼이 표면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이유와는 달리 전자투표제로 소액주주의 주총 참여율이 높아질 수 있는 점에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여기에는 현재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과 사모펀드 KCGI, 중견 건설사 반도건설 등 3자로 구성된 주주연합과 '초박빙'의 지분율 경쟁을 지속하고 있는 만큼, 불필요하게 '변수'를 늘릴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오는 27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3자 주주연합과 조원태 회장 측의 표면적인 지분율 격차는 3% 안팎에 불과하다.

3자 주주연합은 17.29%를 보유하고 있는 KCGI와 8.20%를 갖고 있는 반도건설, 6.49%를 쥔 조현아 전 부사장 등 총 31.98%를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 '백기사'로 알려진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2.2% 수준을 합산하면 우호지분은 34.18%로 확대된다.

반면, 조원태 회장(6.52%) 측은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재단 등 특수관계인(4.15%) 등 22.45%가 확고한 지분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사업 제휴로 얽힌 델타항공(10%)과 카카오(1%), 대한항공 사우회 및 자가보험(3.8%)을 합칠 경우 우호지분은 37.25%까지 늘어난다.

다만, 카카오가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는 데 더해, 사우회 일부 지분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는 점은 조원태 회장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들은 2.9%를 보유한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이번 주총의 승패를 가를 요소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주총에서는 개인과 일반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한진칼 지분 비중이 전체의 18%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중 한진칼이 확보한 개인주주들의 위임장은 1~2% 수준이었던 반면, KCGI는 5~6%를 확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KCGI가 소액주주들의 주총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전자투표를 도입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것도 이러한 맥락이었던 셈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지배구조 투명화와 코로나19 여파를 최소화 하기 위해 전자투표제 도입에 나선 상황"이라며 "각종 지배구조 쇄신안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한진칼이 이를 거부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jwo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9시 59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