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지금 시장은 보고만 있어도 지칩니다. 바이러스 걱정, 시장 걱정…"

서울외환시장에서 한 외환딜러는 13일 딜링룸 상황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토로했다.

개장 직후부터 '긴급 뉴스가 떴습니다' 알림의 연속. 서울외환시장은 그야말로 혼돈 속에 '13일의 금요일'을 맞이했다.

간밤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1987년 '블랙 먼데이' 이후 가장 큰 낙폭으로 폭락했고 3대 지수가 본격적인 약세장에 진입한 데 이어 국내 증시도 직격탄을 맞았다.

개장 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동시에 발동되는 등 패닉장이 연출되자 환시도 들썩이기 시작했다.

달러-원 환율이 장중 개장하자마자 전일 종가 대비 20원 가까이 오른 1,220원대로 튀어 오르자 오전 9시 29분 한국은행발 구두개입 메시지와 시장안정조치 계획이 발표됐다.

이 후 한 차례 급등세에 숨고르기가 연출됐으나 시장은 안정되지 않았다.

오후 들어서도 롱 심리가 꺾이지 않자 당국발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으로 추정되는 강력한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왔고 달러-원 환율은 1,210원대 중반으로 내려섰다.

혼란한 와중에 오후 1시 47분 정상가보다 5∼6원가량 괴리된 1,210원에서 체결된 딜미스가 발생한 후 레이트가 조정되기도 했다.

역대급 변동성 장세 속에 달러-원 환율은 최근 5거래일 연속 급등락을 반복하며 일평균 13원가량의 변동폭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환시 외환딜러들은 높은 피로도를 호소하고 있다.

과도해진 시장 변동성 속에 업무지속계획(BCP) 가동으로 일손까지 부족한 상황인 만큼 아예 포지션을 안 잡는 트레이더도 있다고 했다.

A시중은행의 한 스와프딜러는 "스팟 쪽에선 당국이 강한 개입 경계 후 시그널을 준 것으로 보이나 스와프 시장은 크게 무너지고 있다"며 "특히 이런 상황에서 인력이 BCP로 나뉘어 있어서 의사결정도 잘 안 돼 손을 못 쓴 곳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딜러는 "외국계은행 서울 지점에서도 딜러들이 나뉘어 있으니 현재 스와프 시장에서 재정거래 유인이 충분히 있는데도 심리적으로 많이 무너져 반대 거래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호가대도 얇아서 주식도 채권도 모두 '셀코리아'니 심리가 꺾이지 않고 있어 지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B시중은행 외환딜러도 "변동성이 너무 커서 대응이 안된다"며 "BCP 센터가 있는 사무실은 소수가 모여있어서 분위기 자체가 급박하지 않지만 본점은 시장 변동성이 너무 커서 딜링룸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고 전했다.

특히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위기 경보 단계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한 지난 달 23일 이후부터 모든 은행이 BCP 체제로 들어가면서 트레이딩룸 내 의사 결정에도 문제가 생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C외국계은행 외환딜러는 "BCP센터에 있는 트레이더는 손이 빠를 수가 없다"며 "한 상품에서 벌어도 전체로 보면 손해를 보는 상황인데도 모두 나뉘어 있어 각 시장 담당자들이 중구난방으로 움직이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포지션이 아예 없으면 모르겠지만 고객 물량을 받으면 포지션이 생기니 트레이더 입장에서도 평온할 수 없다"며 "외환당국의 '버벌(구두개입)'이 점점 약발이 떨어지고 있는데 더 강력한 통화 및 재정정책으로 금융시장도 안정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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