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손지현 기자 = 정부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투자대상에 주식을 허용하는 방안을 내놓았으나 은행권에서는 현 제도하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ISA 투자대상에 주식을 포함하고 가입대상을 기존 '소득이 있는 자'에서 '거주자'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ISA 편입 대상에 주식을 허용한 것은 최근 코로나19로 주식시장이 크게 요동친 것과 맞물려 장기적인 관점에서 증시 기반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ISA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은행권에서는 이번 방안이 기대만큼 효과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월 말 기준 국내 ISA 시장에는 206만명의 가입자가 6조3천674억원을 투자했다. 이중 은행이 차지하는 투자자는 191만명, 투자금액 5조5천482억원으로 전체의 90%에 해당한다.

전체의 90%에 해당하는 은행 ISA 투자자들은 정부가 허용한다고 해도 현 제도와 시스템에서는 주식에 투자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은행이 직접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주식 브로커리지 업무는 현재 은행에 허용되지 않고 있다. 은행은 투자상품에 주식이 필요할 경우 대체적으로 주식형펀드를 담아 운용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만약 은행 ISA 투자자들이 주식에 투자하려면 은행에서 증권계좌를 개설한 다음 증권사에 주문을 넣는 형태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지금은 이러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필요하다면 개발을 해야 하므로 당장은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제도와 시스템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ISA 투자자들에게 주식 투자가 큰 메리트는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현재 ISA는 주식형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등 상장펀드에 투자를 허용하고 있으나, 투자자의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일임형 ISA의 경우 해당 자산에 편입한 투자금의 비중은 전체의 15%로 집계됐고 신탁형 ISA의 경우는 전체의 1.2%에 불과하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ISA 투자자는 대부분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용도로 이용하다 보니 ETF 자체도 거래를 잘 안 한다"며 "특히 안전 투자성향을 가진 은행 투자자라면 ISA를 활용한 주식거래를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ISA의 가장 큰 목적이 절세 등 세제 혜택인데, 주식매매의 경우에는 과세를 하지 않아 굳이 ISA를 통해야 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평가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ISA의 경우 5년이라는 만기가 있기 때문에 주식 투자를 장기로 하려는 투자자의 경우 주식 운용이 어려울 수 있다"며 "이참에 ISA 만기를 없애든지 아니면 해지를 하더라도 계속 주식 투자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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