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기업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줄줄이 내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영업실적이 약화와 재무구조 악화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을 본격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신평사들은 상반기 정기평정 작업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어서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기업들이 추가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정유업 중심 '부정적' 등급전망 확산

17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이후 신용등급 강등되거나 하향 조정될 수 있다는 경고를 받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항공과 호텔, 유통업체들은 물론 국제유가 급락에 급격한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정유사들도 이러한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3개 국내 신평사들은 일제히 대한항공('BBB+')의 신용등급을 '하향검토' 대상에 올렸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항공업황 침체로 영업실적이 크게 저하되고, 재무구조와 유동성측면의 부담도 확대되는 데다 회복 시점을 가늠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호텔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들도 예외는 아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BBB+'), 호텔신라('AA'), 호텔롯데('AA') 등 호텔기업들과 유통업체인 롯데쇼핑(AA)는 물론 롯데 계열사인 롯데컬처웍스('A+') 등도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조정되면서 신용등급 강등권에 들었다.

국제유가가 폭락한 영향으로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진 정유·화학사들도 긴장하고 있다.

SK에너지('AA+')와 에쓰오일('AA+'), 한화솔루션('AA-')에는 각각 '부정적' 꼬리표가 달렸다.

신용도 위기는 대기업 뿐만 아니다.

신원('BBB-')의 등급전망은 '부정적'이 되면서 투기등급으로 떨어질 위기에 놓였고, 대성엘텍('BB')과 넥스틸('BB') 등 투기등급 기업들도 추가로 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이 있다.



◇정기평가 "유동성 집중 모니터링"

신평사들은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신용평정 작업에 들어간다.

특히 영업환경이 악화하면서 재무부담이 커진 기업들에 대해 집중적인 평가 작업을 벌인다.

한기평은 최근 등급전망이 '부정적'인 산업을 기존 2개에서 9개로, 사업환경이 비우호적인 산업을 10개에서 13개로 늘렸다.

그러면서 "상반기 정기평가 시기에 조정된 산업별 등급전망을 감안해 업체별 신용도를 검토할 것"이라며 추가로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기업이 있을 수 있다고 예고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를 고려해 연간 전망을 다시 조정하고 이를 업체별 신용등급에 반영할 계획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정기평가에서 코로나19가 기업별 사업역량과 재무역량에 미칠 영향을 중점적으로 판단할 방침이다.

특히 유동성 대응 능력을 검토하기 위해 회사채와 차입금의 만기도래 금액과 사업 부진에 따른 자금 소요도 파악한다.

최우석 나이스신평 평가정책본부장은 "등급전망은 일반적으로 6개월에서 1년을 모니터링하지만 최근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많이 전개되고 있다"며 "개별 기업만 놓고 판단하기 어려운 점이 있어 동종 업종을 두루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별로 영향이 다르게 나타나고 회사 유동성에 단기적으로 부담을 줄지도 기업별로 다르다"며 "사태가 얼마나 지속할지 여러 가정을 세워서 분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건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장은 "정기평가에선 코로나19로 인한 영업적인 충격이 모니터링의 한 축이 될 것"이라며 "자금조달 시장이 경색돼 있어 회사의 유동성 상황과 자금 조달에 실패했을 경우 컨틴전시 플랜이 있는지 등을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부터 6월 말까지 19개 기업은 총 6천760억원 규모 회사채 만기를 맞는다.

기업어음(CP)은 73개 기업에 8조1천696억원의 만기가 예정돼 있다.

당장 신용등급이 우량에서 비우량등급으로 떨어질 경우 회사채 발행에 적용되는 민평금리는 평균 260bp가량 급상승한다.

3년물 국고채와 회사채 간 신용스프레드는 전일 기준 74.2bp로 8년 만에 최고를 찍었다.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을 피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60bp로 제시하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금융시장 관계자는 "금리 변동성이 커지고 유동성 및 신용 우려가 커지면서 상·하위 등급을 불문하고 모든 섹터에서 신용스프레드가 큰 폭 확대했다"며 "투자수요까지 급감하며 기업의 자금 조달 리스크가 급격히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m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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