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정부가 기간산업 지원을 위해 추진하기로 한 40조 원 규모의 위기극복과 고용을 위한 기간산업안정기금(기간산업안정기금)의 재원을 '사실상 국채'로 조달하기로 하면서 채권시장 수급에 큰 충격을 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40조원은 기간산업안정기금이 주체가 돼 채권을 발행하고 정부가 보증을 하는 채권이다. 금융위원회는 이에 대해 기금의 채권이 사실상 정부 국채에 준하며 신용 수준도 국채와 같다고 설명했다.

23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정부는 전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40조 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설치해 항공, 해운, 조선, 자동차, 일반기계, 전력, 통신 등 주요 기간 관련 업종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기금은 산업은행에 설치하지만 재원은 '국가보증의 기금채권'으로 기금이 주체가 돼 발행한다. 한도는 40조 원으로, 작년 한 해의 국고채 순증 발행 규모인 44조5천억 원에 근접하는 엄청난 규모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국채는 국가가 직접 발행하고 기금 채권은 국가가 보증해 제 3자(기금)가 발행한다"며 "국가채권과 등급이 같고 사실상 국채와 똑같다"고 말했다.

국가보증 기금채권의 명칭이 국채와는 다르기 때문에 40조 원보다는 홍남기 부총리 및 기획재정부 장관이 언급한 '9조3천억 원'에 더 집중한 채권 시장으로서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는 숫자다.

홍 부총리는 전일 10조1천억 원 규모의 고용안정특별대책 방안과 관련한 9조3천억 원을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일 채권시장은 쏟아지는 정부의 발표와 당국자 발언 속보에 이번 대책에서 늘어나는 채권 물량이 어느 정도 인지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국가보증의 기금채권' 물량이 현재 시장 금리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위에 따르면 기금채권은 한도인 40조 원을 무조건 전액 발행하는 것은 아니며, 한꺼번에 40조 원을 발행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40조 원이라는 엄청난 규모에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3차 추경이 20조 원을 넘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와중에 사실상의 국채 물량 40조 원이 추가된다면 채권시장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채권시장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40조 원 발행을 생각하고 있다면 규모가 너무 커서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어떤 식으로 발행하더라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숫자"라고 말했다.

채권시장의 유동성 공급 기능을 마비시킬 정도의 규모의 물량이 쏟아질 때 이를 흡수할 수 있는 곳은 한국은행밖에 없다.

다만 한은은 아직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모습이다.

한은은 이번 대책에서 회사채·CP·단기사채를 매입하는 20조원 규모의 특수목적기구(SPV)에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기간산업안정기금에는 합의된 한은의 역할이 없다. 기간산업안정기금에도 SPV를 통한 자금 유치 프로그램이 있지만 당국은 이 SPV가 한은이 아니라 민간자금을 유도하는 기구라고 선을 그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5조 원 내외의 국고채 단순매입으로 공급 부담을 덜어주고, 기간산업 안정기금은 20조 원, 회사채와 CP 매입은 10조 원 정도를 지원해야 시장금리가 안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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