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대한항공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최대주주인 한진칼이 증자 참여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지에 관심이 쏠린다.

작년 말 기준 한진칼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23억원에 불과해 2천4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물량을 소화하려면 추가 자금조달이 불가피하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진칼은 증자 자금 마련을 위해 최근 주요 증권사 등 금융사들과 브릿지론 형태의 차입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에 투입할 자금 마련을 위해 한진칼이 유상증자를 할 여건이 안 되는 만큼 자금 미스매치를 단기 대출 성격의 브릿지론으로 활용하려는 차원이다.

다만, 브릿지론으로 자금을 확보해 대한항공의 증자에 참여하면서 급한 불을 끄더라도 상환 재원을 다시 마련해야 하는 만큼 유상증자 카드를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선(先) 브릿지론-후(後) 유상증자' 전략을 고민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보유 현금으로는 대한항공 증자에 참여할 수 없는 만큼 단기로 융통할 수 있는 조달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날 대한항공은 이사회를 열고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20%를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하기로 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대한항공 지분 29.96%를 보유한 한진칼은 2천400억원가량의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진칼은 다양한 자금조달 옵션을 놓고 고민을 지속해왔다.

당초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에 나서는 방안을 고려했지만, 경영권 분쟁 상황인 점과 주가가 지난해 말 대비 2배 이상 올라 마땅한 투자자 확보가 쉽지 않은 점 등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제3자 배정을 통해 우군을 확보할 경우 자금조달과 함께 '진행형'인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전략이었다.

지난달 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주주연합이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찬성하지만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는 반대한다"며 내용증명을 보낸 것도 이러한 점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였다.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점도 한진칼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한진칼은 지난해 5월 발행한 880억원 끝으로 회사채 시장을 찾지 않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주력 자회사인 대한항공은 수익성이 크게 악화하면서 국책은행 지원과 유상증자까지 나서기로 한 상황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회사채 투자자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많다.

브릿지론 형태의 차입에도 문제는 남아 있다.

우선 최근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금융권의 투자 기조가 보수적으로 변한 상황에서 브릿지론 확보를 낙관하기 어렵다.

대한항공 유상증자 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KB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이 자본시장통합법에 따라 증자 참여 대상인 한진칼의 자금조달 업무에 관여하는 것이 금지돼 있는 점도 부담이다.

아울러 향후 주주배정 증자를 단행하더라도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이 경영권 분쟁을 지속 중인 만큼 원활한 자금조달이 가능할 지도 미지수다.

상속세 이슈가 남아 있는 한진그룹 오너일가 뿐 아니라 주식담보대출 상환 압력을 받고 있는 KCGI, 항공업황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델타항공 등의 주주들도 주주배정 증자에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한진칼 입장에서는 마지막까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민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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