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21대 국회가 개원한 가운데 경쟁 당국이 업계, 특히 미국에서 요구했던 자료 열람·복사권 확대를 어디까지 허용할지 주목된다.

8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공정위는 20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다듬어 다시 국회 통과를 추진할 계획이다.

개정안은 전속고발제 폐지를 비롯한 여러 내용을 담고 있는데 피심인 방어권이 얼마나 확대될지도 관심사다.

공정위 관계자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 개정안 중 국회에서 아직 논의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 향후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말 20대 국회에서는 공정위 직원이 현장조사에 나설 때 조사 공문을 제시하고 조사 기간을 자의적으로 늘리지 못하도록 하는 절차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또 피심인이 영업비밀이나 담합 자진신고와 관련된 일부 자료를 빼고는 원칙적으로 모든 자료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피심인의 자료 열람·복사권은 미국에서 처음으로 자유무역협정(FTA)상 양자 협의까지 요청하며 확대를 요구한 부분이기도 하다.

퀄컴과 애플 역시 공정위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열람·복사에 제약이 있어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받지 못했다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절차법 개정안 통과로 미국과의 갈등은 일단락된 듯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위원들도 심사관이 채택한 자료만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처분과 무관한 모든 자료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방어권 보장과 거리가 있다"며 "(통과된 개정안은) 미국 측도 방어권 보장 취지를 충분히 이해한 결과"라고 말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지낸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TF에서 제안한 내용이 대부분 개정됐다며 "미국 관점에서 보면 불충분할 수 있으나 법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현재 우리 사법체계에서 열람·복사권을 전면적으로 인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추후 상황 변화를 반영해 피심인의 열람·복사권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검사 격인 심사관과 법관 역할을 하는 위원들이 모두 공정위 소속으로, 소추 기능과 심판기능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아 피심인에게 불리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심사보고서에 첨부된 자료'는 피심인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피심인에 불리한 자료가 대부분일 가능성이 커 열람이 허용되더라도 피심인에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첨부되지 않은 자료 중 피심인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견해 등을 고려해 열람·복사 가능한 자료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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