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정부가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에 따른 국유화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시장이 아시아나항공이 출자 전환 등을 통해 대주주에 올라서는 방안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과거 대우조선해양처럼 산업은행 계열사로 편입돼 구조조정을 거쳐 상황이 좋아지면 다시 시장에 재매각하는 방식으로, 대형 항공사가 국책은행 소유가 되면서 사실상 공적자금 투입이라는 새로운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28일 채권단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 무산에 대비해 마련 중인 '플랜B'에 국유화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항공업계가 완전히 무너진 상황에서 새 인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보고, 산은이 최대 주주로서 아시아나항공을 관리하다가 일정 기간 후에 다시 매각에 나서는 것이다.

산은은 아시아나 인수자 찾기가 시작된 지난해 초부터 이에 대한 준비를 시작했다.

지난해 4월 산은과 수출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에 총 1조6천억원을 지원하면서 매각 무산에 대비해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임의의 조건대로 처분하거나, 산은이 확보한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아시아나의 최대 주주에 오르는 방안 등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HDC현산의 3개월간 재실사 요구에 대해 산은이 인수 의지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고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이스타항공 사례처럼 노딜로 끝날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다음 달 중 계약 파기를 공식 선언하고 채권단이 플랜B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산은은 영구채의 주식 전환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영구채는 유사시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사채(CB) 형태다.

산은과 수은이 보유한 영구채 8천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아시아나 주식 37%를 보유한 최대 주주가 된다.

이에 앞서 금호산업이 가지고 있는 주식을 감자하면 채권단의 지분율은 더욱 높아진다.

영구채 전환 시 부채가 자본으로 바뀌게 돼 올해 1분기 기준 6천280%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도 낮출 수 있다.

경영권 확보 후 산은은 구조조정을 거쳐 부실 자산을 털어내고 공적자금 투입으로 경영 정상화를 진행한 뒤 새 인수자를 찾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에어서울, 에어부산 등 자회사는 분리 매각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이는 11년 전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한화는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서 6조3천억원을 써내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이때 이행보증금 명목으로 3150억원을 선지급했다.

그러나 조선업황이 침체하고 갑작스레 불거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수대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한화는 결국 2009년 6월까지 계약을 체결하지 못해 딜은 최종 무산됐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이 언제 경영 정상화를 이뤄 재매각될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년 만인 지난해 현대중공업이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산은은 10조원 넘는 공적자금을 쏟아부으며 혈세 낭비 논란에 시달렸다.

IB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역시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까지 겹치면서 부실이 더욱 심각해졌다"면서 "산은이 생각하는 것보다 재무 상황이 더 안 좋을 수 있으며, 대우조선해양처럼 정권 차원의 입김이 작용하고 비리가 생기지 않으리란 법 없다"고 말했다.

산은이 딜 무산 이후 HDC현산과 치러야 하는 법정 공방 역시 대우조선해양 판박이다.

산은은 당시 양해각서에 따라 한화그룹이 지급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고, 이에 맞서 한화그룹은 이행보증금 반환청구 소송을 냈다.

약정과 달리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확인 실사를 하지 못했다는 점을 내세웠다.

결국 대법원은 한화그룹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해보증금 전액 몰취는 부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고, 한화그룹은 3분의 1에 해당하는 1천억원을 돌려받았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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