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배터리 전쟁'을 벌이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이번엔 미국 현지에서 한국인 근로자의 불법 고용 문제를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한국인 근로자의 불법 고용으로 미국의 국익을 해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SK이노베이션은 건설 협력업체가 벌인 일로 재발 방지를 강하게 요청했다며 맞서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토안보부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지난 5월 말 SK이노베이션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에서 일하려던 SK이노베이션 협력업체 직원 33명을 추방했다.

CBP는 이들이 정식 취업비자를 발급받지 않고 비자면제프로그램(VWP)인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이용해 입국했다고 추방 사유를 밝혔다.

조지아주 인근 한국 대기업의 협력업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모자란 일손을 보충하기 위해 불법 고용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근로자들이 공장에 출근하지 않자, 협력업체들이 노동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급한 대로 한국에서 근로자들을 파견받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의 자국민 일자리 보호 문제와 얽히면서 현지에서 논란이 됐다.

미 공화당 더그 콜린스 하원의원(조지아주)은 조지아주 공장 건설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국인 근로자 불법 취업 문제와 관련해 이민세관단속국(ICE)과 CBP에 전면 조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조지아주 현지 노조도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불법 채용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배관·난방 종사자들 노조인 '유니언72'는 한국인 근로자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겼다고 주장하며 건설 현장 인근의 한국인 근로자 숙소를 촬영하는 등 증거 수집을 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이노베이션이 자사 배터리 관련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LG화학도 비판 대열에 참여했다.

LG화학은 ITC에 SK이노베이션 협력사 직원 추방 사실을 알리면서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LG화학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기 때문에 패소 판결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하는데, 불법 고용 등으로 오히려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ITC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주장에 대해 건설 현장 근로자 채용은 SK이노베이션이 아닌 협력업체 소관이라고 해명했다.

협력업체가 재하청을 주면서 발생한 일로, SK이노베이션은 법적인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협력업체의 재하청까지 SK이노베이션이 컨트롤할 수는 없으며, 2·3차 협력업체의 고용 현황을 들여다볼 수도 없다"며 "다만 도의적인 책임을 느끼고 모든 협력업체에 연방정부 규정을 준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협력업체의 불법 고용과 LG화학의 문제 제기로 미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둔 대기업들에까지 불똥이 번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달 초 현대자동차 앨라배마 공장의 협력업체 직원들과 다른 한국 업체의 협력사 근로자들이 애틀랜타 하츠필드 잭슨 공항에서 무더기로 입국을 거부당했다.

이들 역시 취업비자 없이 ESTA로 입국하려다가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조지아주에, 기아차는 앨라배마주에 각각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거나 공장을 건설하려면 한국 근로자 파견은 필수적이다"며 "코로나19로 취업비자가 막히고 현지 근로자도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급한 대로 ESTA로 근로자들을 파견하려 한 것인데 난처하게 됐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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