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주요 대기업집단 이사회가 심도 있는 논의를 거치지 않은 채 안건을 대부분 원안대로 처리해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총수가 이사 명단에 올라 있지 않은 대기업이 20곳이나 돼 책임경영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이러한 내용이 담긴 '2020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을 공개했다.

분석 대상은 올해 지정된 공시대상 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 64개 중 신규 지정된 5개와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농협을 제외한 58개 집단 소속 회사 2천20개다.



◇ 사외이사 비중 50.9%…내부거래 안건, 대부분 원안대로 통과

58개 기업집단 소속 266개 상장회사의 사외이사는 모두 864명으로, 전체 이사의 50.9%를 차지했다.

이들 상장사가 관련법에 따라 선임해야 하는 사외이사는 744명으로 119명을 초과해 선임하고 있었다.

작년 이후 연속 분석대상인 56곳의 사외이사 비중도 51.5%로 전년 대비 0.2%포인트(p) 높아졌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은 96.5%로 최근 5년간 가장 높았으며 이사회 안건 중 사외이사 반대 등으로 원안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31건(0.49%)에 불과했다.

이사회 안건 중 대규모 내부거래 관련 안건(692건, 11.0%)으로 1건을 빼곤 모두 원안 가결됐다.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대상 상장사의 경우 원안 가결률이 100%였다.

이사회 내에 설치된 내부거래 위원회·감사위원회 등 내부 위원회에서도 원안 가결률이 99.4%로 높게 나타났다.

대규모 내부거래의 경우 대부분이 수의계약인데 안건에 수의계약 사유조차 밝히지 않은 경우가 78.3%에 달했고 시장 가격 검토, 대안 비교 등 거래 관련 검토사항이 기재되지 않은 안건도 71.9%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부당 내부거래를 막고자 상장사에 대해서도 총수 일가 지분율을 20%로 낮추는 등 규제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기업 자신도 이사회 및 내부거래위원회 안건 심의를 내실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삼성·한화·현대重 이사 명단에 총수 없어

조사대상 58개 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51개 집단 소속 1천905개 계열사 가운데 총수 일가가 이사 명단에 올라있는 회사는 16.4%(313개)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 연속 분석이 가능한 대기업집단을 살펴본 결과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 비율은 2016년 17.8%에서 올해 13.3%로 꾸준히 낮아졌고 총수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 비율은 5%대를 유지하다 올해 3.9%로 낮아졌다.





삼성, 한화, 현대중공업, 신세계, CJ, 대림, 미래에셋, 금호아시아나, 효성, 코오롱, 이랜드, DB, 네이버, 한국타이어, 태광, 동원, 삼천리, 동국제강, 하이트진로, 유진 등 20개 집단은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되지 않았다.

이 중 삼성, 신세계, CJ, 미래에셋 등 10곳의 경우 총수 2·3세의 이름도 이사회 명단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대신 총수 일가는 주력회사, 지주회사, 사익편취 규제 회사, 그리고 사각지대 회사에 집중해 이사로 등재됐다.

주력회사에서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 비율은 39.8%로 기타 회사에서의 이사 등재회사 비율(14.8%), 전체 회사에서의 이사 등재 비율(16.4%)을 크게 웃돌았다.

지주회사의 경우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 비율은 80.8%에 달했고 사익편취 규제 회사와 사각지대 회사에서의 이사 등재 비율은 22.2%였다.

특히 총수 2·3세가 이사로 올라있는 회사 중 사익편취 규제대상 및 사각지대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67.6%로 작년에 이어 높게 나타났다.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181개)의 경우 공익법인의 경우 계열사 주식이 없는 법인보다 주식을 보유한 법인에 이사로 등재된 비율이 62.5%로 에 집중적으로 이사로 등재됐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이 공익법인을 사회 공헌보다 편법적 지배력 유지에 활용할 우려가 크다며 공익법인에 대해 계열사 보유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국내 기관 의결권 행사, 해외 기관보다 저조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257개 상장사의 주주총회에서 국내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있는 주식 대비 행사한 의결권 비율은 72.2%였으며 이 중 찬성 비중이 94.1%로 압도적이었다.

해외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비율은 81.9%로 국내 기관투자자보다 높았고 반대 비율도 9.7%로 국내 기관투자자보다 높았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의결권을 활발히 행사하는 추세였으나 최근 주춤해졌다.

연속 분석대상 56개 집단에서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 비율은 784%에서 72.3%로 낮아졌고 반대 비율도 7.3%에서 5.9%로 낮아졌다.

국내 기관투자자의 반대로 부결된 안건 5건은 모두 감사위원회 선임 건으로 나머지 안건에서는 반대가 없어 견제 수준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이행상황에 대한 평가의 필요성을 지적하며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과 협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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