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산 조정(budget reconciliation)이란 미국 의회의 입법 절차 중 하나로 특정 예산안에만 의결정족수의 단순 과반만을 충족할 경우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말한다.

상원의 경우 대부분의 법안은 슈퍼 과반인 60표 이상을 확보해야 하지만 조정 절차를 거칠 경우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를 피할 수 있고, 단순 과반인 51표 이상만 확보하면 법안이 통과된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 중인 1조9천억 달러 규모의 코로나 부양책의 경우 상원의 의석이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50석이라 상원 의장인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면 51표를 얻게 된다.

하원에서도 조정 절차가 있지만, 양당의 의석수가 비등한 경우가 적어 공론화되지 않는다.

조정 절차를 거치는 법안은 지출(spending), 세수(revenue), 연방 부채한도(federal debt limit) 안건에 국한해 안건당 연간 최대 1회만 발의할 수 있다.

다만 올해의 경우는 2021회계연도 의회에서 조정 절차가 사용되지 않아 현재 추진 중인 부양책을 지출 안건으로 1회, 올해 10월에 시작하는 2022회계연도에서 지출 안건으로 또다시 1회가 사용될 여지가 남아 있다.

조정 절차는 1974년 미국 의회 예산법(Congressional Budget Act)으로 마련됐으며 1980년에 처음 사용됐다.

이후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감세 법안,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는 건강보험법,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감세 및 고용법이 조정 절차를 통해 통과된 바 있다.

조정 절차는 우선 상·하원 예산위원회가 조정 지침을 담은 동일한 예산 결의안(budget resolution)을 통과시키는 것으로 시작한다. 예산 결의안에는 대략적인 목표치와 한도가 설정된다.

이후 각각의 세부적인 이행 법안으로 구체화한 뒤 단일의 옴니버스 법안인 조정 법안(reconciliation bill)으로 합치는 과정을 거친다. 이는 각 당의 지도부와 예산위원회가 개입해 마련한다.

법안이 마련되면 다음은 버드룰(Byrd rule)에 위배되지 않는지가 검토된다. 버드룰은 로버트 버드 전 의원이 제안했던 규정으로 예산안은 국가 재정에 국한된 안건이어야 하며 그 외 이슈는 제외돼야 한다는 규정이다.

일례로 바이든 행정부가 제안한 1조9천억 달러 법안에 포함된 최저 임금 15달러안이 국가 세수나 지출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이의 제기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은 광범위한 의미에서 최저임금도 재정과 관련된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단 법안이 본회의 토론에 부쳐지면 토론 시간은 20시간으로 제한되며 상·하원이 동일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만약 법안이 수정돼 다시 토론에 부쳐지면 토론 시간은 10시간으로 제한된다.

조정 법안은 무제한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필리버스터는 할 수 없지만, 보트-어-라마(Vote-a-Rama)라는 절차를 통해 의원들이 수정안을 무한정 제출할 수 있다. 다만 수정안은 구두로 의회장에서 선 상태로 제출해야 해 통상 하루 정도에서 끝이 난다.

이후 상·하원 본회의 표결에서 법안이 단순 과반을 획득해 의회를 통과하고 대통령이 서명하면 발효된다.

현재 민주당은 1조9천억달러 규모의 부양책이 3월 14일 이전에 통과되길 바라고 있다. 이날은 작년 12월 의회가 통과시킨 부양책에 포함된 주당 300달러의 실업수당 시효가 만료되는 때다. (국제경제부 윤영숙 기자)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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