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격히 증가한 자연재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기후변화가 인류에게 끼치는 영향을 각성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환경문제는 탄소 배출권 거래제, 탄소 국경세, 무역규제 기준 등의 핵심 판단 기준으로 기업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미국 및 유럽을 중심으로 환경문제는 기존 산업에 대한 직접 규제 대상에서 금융자본을 통한 우회 규제 기준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미국 역시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면서 탄소배출기업에 대한 투자문제와 이와 관련한 지속가능성에 관심을 높이는 데 큰 몫을 했다. 이미 해외 주요 연기금에서는 기후변화를 중심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하여 석탄 관련 산업 및 탄소배출 기업을 주요 투자 배제대상으로 다루고 있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정보공시 이니셔티브는 단순히 기업 환경경영의 정도를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화석연료의 활용에 대한 배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2050년 탄소배출 넷제로를 선언한 마당에 탄소배출 산업에 대한 투자는 향후 수익성 부문에서도 매력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도 작용했다. 당장 내년부터 3기 탄소배출권 가격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재와 같은 석탄산업의 지속은 기업의 과다한 비용지출을 야기하여 기업의 존립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더구나 2010년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했을 당시 202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 대비 30% 감축한다는 내용이 있었으나, 배출량 감소도 미진한 상황 역시 탄소배출 기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대응이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배경에서 국민연금은 최근 석탄산업에 대한 네거티브 스크리닝(투자배제)에 대해서 고려한 바도 있다. 기금운용위원회에서도 연금의 운용방안이 탄소배출 절감을 위한 방향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하였다. 하지만 석탄산업이라고 해서 석탄의 채굴 및 활용과 관련된 산업 전체를 투자배제의 대상으로 생각한 것은 아니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탈석탄을 목표로 나아가기는 하겠지만, 실제 투자배제를 실질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고려할 사항이 여전히 많다. 그리고 각 산업별로 온실가스 배출량과 감소 가능 부문이 크게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관련 대상을 선정할 수도 없다. 산업특성에 맞게 탄소배출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하고, 이외 환경 영향 및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 공정의 개선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최종적으로 배제를 취할 수밖에 없는 산업이나 기업을 선정하는 과정이 준비돼야 한다.

실제 ESG 관점에서 중장기적 수익성을 바라보는 투자를 수행하는 방법으로 소위 투자배제 외에도 많은 방법이 있다. 투자배제는 수탁자 책임활동 혹은 ESG 활동에 있어서 가장 초보적이고 최종적인 행동이다. 그냥 아니라고 생각하고 투자를 빼면 그만이니까 말이다. 몇몇 환경단체들도 국민연금이 과다 탄소 배출기업에 대해서 투자를 중지하면 기업들이 탄소 배출에 경각심을 갖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물론 국민연금은 보험료를 납부하는 가입자의 이익에 부합하기 위한 수탁자 책임활동으로 적극적 기후변화 대응이 필요하다. 다만, 국민연금의 입장에서 석탄산업에 대한 투자배제가 본래 목적인 탄소배출 감소를 위한 답이 될 수 있을지는 신중하게 접근하여야 할 문제다. 탈석탄만이 탄소중립과 기후변화에 대한 유일한 대응은 아니라 생각한다. 본질은 어떻게 탄소 배출을 효과적으로 줄여나가느냐다.

국내 대부분 기업에 투자를 하고 있는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의 경우 ESG 기반 투자를 통해 기업의 장기 지속성을 확보하는 것은 당연하다. ESG 기반 투자활동은 투자배제 외에도 보유 지분을 활용한 기업과의 대화 및 신기술 투자 강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수탁자 책임의 목적을 달성할 수도 있다. 더욱이 과다 탄소 배출기업에 대해 공적연금이 투자를 철회하게 된다고 해서 그 기업이 직접적으로 어려움을 겪거나 탄소배출을 중단할 것이라 생각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국민연금 대신 투자하게 될 기관이나 사람들은 탄소 절감장치 등 설비투자로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보다는 단기수익을 위한 근시안적 경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들에겐 기업의 지속가능성보다 높은 배당과 단기 매매차익이 우선일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을 망치는 행위일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으로도 손해되는 행동이다. 오히려 국민연금 본연의 수탁자 책임과 ESG의 본질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매매전략 외에도 관여(Engagement)에 근거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효과적 투자전략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투자활동을 통해 기금 수익성과 함께 기업 지속가능성 그리고 기업 성장의 과실을 국민연금이 함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사항이다. 물론 네거티브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이 답은 아니다. 바람직한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더욱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대안들이 제시되어야 할 때다. (원종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투자정책전문위원장)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3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