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정윤교 기자 = 국내 3위 전자상거래 기업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든 롯데와 신세계가 카카오와 네이버에 손을 내밀고 있다.

쿠팡의 독식 구조가 더욱 심화하고 있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 여부에 따라 시장의 판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이커머스 사업을 강화하는 IT 기업들을 동맹군으로 확보하려는 차원이다.

아울러 5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인수자금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하지만 전통 유통강자들이 내미는 구애의 손길에 카카오와 네이버의 반응은 차갑다.

이베이코리아의 성장성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상당하고,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에서도 부정적인 입장이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무엇보다 전통적 유통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현재 추진 중인 플랫폼 중심의 이커머스 사업에서 확보할 수 있는 실리가 무엇일지를 두고서는 회의적인 입장이 강하다.



◇매달려야 산다…신세계·롯데, 이유있는 동맹 제안

21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롯데는 최근 카카오에 이베이코리아 공동 인수를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쇼핑과 카카오가 컨소시엄을 꾸려 본입찰에 참여하자는 제안이었는데, 카카오는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는 이베이코리아의 간편결제 서비스를 카카오페이로 전환하는 등의 시너지 방안을 전달했으나 카카오 측은 큰 매력을 느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특히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김 의장은 이베이코리아의 사업구조를 '올드 비즈니스'로 평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와 경쟁을 하는 신세계는 네이버와의 동맹을 추진 중이다.

최근 신세계가 네이버에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동참을 제안했고, 네이버는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이다.

양사는 지난 3월 2천500억원 규모의 지분 맞교환을 통해 온·오프라인 쇼핑 동맹을 맺은 이후 협업을 시도해 왔기 때문에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함께 뛰어들 것이란 예상은 일찌감치 제기돼왔다.

하지만, 네이버 내부에서는 부정적인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기업이 IT기업에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온라인 시장 선점을 위해서다.

신세계와 롯데의 통합 온라인몰인 SSG닷컴과 롯데온은 시장점유율이 각각 3%와 4%에 불과하다.

이커머스 후발주자의 한계가 명확한 상황이어서 명확한 잠재 수요를 확보한 플랫폼 공룡 네이버나 카카오와의 시너지가 절실하다.

지난해 이베이코리아의 거래액은 약 20조원으로 네이버(28조원) 쿠팡(24조원)에 이어 3위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단숨에 이커머스 시장 강자로 뛰어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과 동시에 경쟁사에 뺏기게 될 경우 큰 위기가 될 수 있다.

이들 기업이 이베이코리아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다.

5조원에 육박하는 인수자금을 나눠 부담을 더는 동시에 전략적투자자(SI)로서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 온라인사업에 대한 부족한 경험을 충분히 보완하고 이들 IT기업이 가진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다는 면에서도 연합을 구축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

IB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와 롯데 입장에서는 잃은 것보다 얻을 게 훨씬 많은 만큼 IT 기업에 컨소시엄을 제안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면서 "다만, 네이버와 카카오가 과연 조 단위 자금을 이베이코리아에 투자할 만큼 매력적인 매물인가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베이 인수는 '거꾸로 가는 선택'…IT업계 '갸우뚱'

롯데와 신세계의 전략과 달리 카카오와 네이버 등은 시큰둥한 입장이다.

이베이코리아의 성장성 제한과 단순 중개 형태의 사업구조를 넘어설 사업 다각화 기대감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3천억원, 영업이익은 850억원이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지만, 경쟁사의 성장속도와 비교하면 뒤쳐진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 3월 G마켓과 옥션의 월 이용자 수(MAU)는 각각 630만명, 326만명으로 총 956만명이다.

같은 달 쿠팡(2천504만명)의 약 38%에 불과하며, 지난해 5월 1천8명과 비교해서는 오히려 5%가량 줄어든 수치다.

2010년 20%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은 2019년 5.7%까지 떨어졌다.

이베이코리아는 2000년대 옥션을 앞세워 이커머스 업계 1위 사업자로 군림했지만, 최근에는 네이버쇼핑과 쿠팡에 밀려 3위로 밀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온라인 쇼핑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수치가 감소했다는 것은 시장의 주도권을 쿠팡과 11번가 등 신흥 플랫폼에 내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는 주요 온라인 쇼핑 수단이 PC 플랫폼에서 모바일로 넘어온 상황에서 이베이코리아의 G마켓과 옥션은 PC 유입률이 여전히 40%에 이르는 데 기인한다.

높은 PC 유입률은 젊은 세대가 아닌 중장년층의 소비자가 많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이 가운데 네이버 검색을 통한 유입 비율은 30%에 육박해 네이버에 지급하는 수수료도 만만찮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마켓이라는 이베이코리아의 사업 구조도 매력적이라고 보기엔 부담이 만만치 않다.

오픈마켓은 물건을 직접 구매해서 파는 것이 아니라 단지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서 중개만 하고 수수료만 받는다.

중개수수료로 매년 1천억원 안팎의 안정적인 수익을 만들어내긴 하지만, 단순 수익 구조를 넘어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사업 다변화를 이뤄내지는 못한다고 바꿔 해석할 수도 있다.

IT업계에서는 이베이코리아 인수 시 실효성을 내기 위해서는 사업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별도의 대규모 투자를 수반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IT업계는 덩치가 큰 이베이코리아보다 차라리 규모는 작더라도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성장세가 가파른 신생 이커머스 업체들을 더 매력적인 매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카카오가 지난 3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불참하고서 인수한 MZ세대(1980~2004년생) 인기 쇼핑 플랫폼 지그재그가 좋은 예다.

지그재그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이용자가 자신의 취향을 설정하면 이에 맞춰 여성 의류 쇼핑물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내놓으며 론칭 6년여 만에 1조원에 가까운 거래액을 모았다.

회사 덩치는 1조원 안팎으로 5조원에 달하는 이베이코리아와 비교해 훨씬 작지만, 카카오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이커머스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수 있는 매물로 평가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나 네이버는 이미 이베이코리아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이를 넘어서는 탁월한 포인트가 보이지 않으면 인수에 나설 의미가 없지 않으냐"면서 "너무 규모가 크고 고쳐야 할 부분이 많아 IT업계에서는 승자의 저주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8시 54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