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기업공개(IPO)가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느낌이다. 그동안 지속된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지원과 수요자 중심의 자본시장 정책이 성과를 내면서 코스닥시장은 물론이고 코스피시장에서도 대어급 기업의 신규상장이 속출하고 있다. 금년 IPO 추진기업의 예상 시가총액 합계액이 10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시장의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IPO 시장은 양적·질적으로 최고의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지방에서 제조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지인을 만났다. 그는 중소·중견기업 제조 현장에서 30∼40년 가까이 근무하다 퇴직한 직원들을 모아 창업한 기업인으로, 풍부한 실무경험과 현장의 노하우를 제품에 그대로 반영했기 때문에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최근 기업활동이 정상궤도에 오르면서 향후 경영목표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상장을 하지 않은 채 직원들과 성과를 공유하면서 서민갑부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철저한 준비를 거쳐 상장을 추진해 사회에 공헌하는 홍익기업으로 나가야 할지를 본인 기업의 역량 등을 감안하여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무조건 상장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상장의 목표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는 기업인을 보면서 이런 기업은 준비과정을 거쳐 상장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상장은 어느 시점에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한마디로 상장은 타이밍이다. 지방에 위치한 자동차 부품기업 A사의 사례를 보면 지금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동사는 오너인 대표이사가 상장을 저울질하며 머뭇거리는 사이 후발업체 B사가 전격적으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이후 B사는 상장시 조달한 자금으로 연구개발과 시설확충을 통해 업계 최고의 기업으로 발돋움한 것은 물론 미래 성장산업에도 진출한 반면 A사는 업계 내 순위도 처지면서 IPO 추진이 어렵게 됐다.

상장기업 대표분들의 사회관계망(SNS) 프로필 사진을 보면 상장기념식 사진을 담고 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유를 물으니 "상장 당시에 가졌던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고 답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상장은 목표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기업의 성장 과정을 되돌아보고 조달된 자금을 기반으로 새로운 비전을 펼쳐 나가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는 상장기업 최고경영자(CEO)의 한마디가 기억에 남는다. 대개 기업의 시작은 창업자 개인의 경제적 성취를 위한 동기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회사의 성장과 더불어 기업가들은 보다 큰 꿈을 같게 된다. 기업의 외연을 넓혀 자기 비즈니스를 보다 넓은 세상에서 구현하고 싶어지고 또한 내가 속한 사회나 국가에 기여하고 싶은 순수한 열망도 뒤따르게 된다. 작게 시작한 기업들이 이런 원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의 하나가 상장인 것이다.

상장을 증권시장 입장에서 보면 백화점이 매년 신상품을 출시하여 고객을 유치하는 것과 같다. 각광을 받을 만한 유망한 상품(기업)을 발굴하여 증권회사의 실사와 거래소의 심사를 거쳐 신상(新商)으로서 투자자에게 선을 뵈게 된다. 상장기업의 입장에선 기업과 운명을 같이할 새로운 주인인 주주를 맞는 것이고, 투자자 입장에선 공정한 심사와 평가를 거친 상장기업이라는 신상품을 대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 상장은 경영진과 종업원 모두에게 벅찬 감동이고 드라마틱한 울림과 스토리가 있다. "상장은 목표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역설하는 경영자의 목소리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위대한 기업으로 발전해 갈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창업 이후 상장에 이르는 긴 시간 동안 숱한 어려움과 때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은 순간도 있었겠지만 이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자본시장에 입성한 기업에게서 상장의 목표가 더욱 진실해 보이기 때문이다.

상장은 기업의 미래 발전전략이고 새로운 도약의 시작점이다. 상장 이후 목표 의식을 상실한 채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몰락하는 기업도 있기는 하지만 상장 후 풍부한 자금력과 높아진 기업 위상을 바탕으로 성장해 가는 기업을 보면서 상장 시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낀다. 상장은 기업가치가 최고조에 달할 때 단행하는 것이 아니라 상장을 통해 조달될 자금과 우수한 인력을 활용하여 새로운 기업가치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미 만들어진 성과보다는 미래 성장성이 높은 기업을 시장은 선호하기 때문이다. 상장의 요체는 완벽함이 아니라 타이밍이다. (김재준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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