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다니는 A씨는 출퇴근이 불편해 회사 근처에 임차주택을 찾고 있다. 그러던 중, 19가구가 사는 다가구주택(원룸)을 소개받았다. 신축한 지 몇 년 지나지 않은 주택이라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지하철역에서도 매우 가까웠다. 계약조건은 보증금 3천만원, 월세 50만원이었다. 다가구주택에 사는 모든 임차인의 계약조건은 같았다. 그런데 다가구주택에 1순위 근저당권(6억원)이 설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임대인은 걱정하지 말라며 큰소리를 친다. 임대인은 주택의 시세가 10억원이 넘을 뿐만 아니라 경매를 당해도 소액임차인이기 때문에 보증금은 떼이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소액임차인은 보증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

최근 들어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들이 보증금 피해를 보는 일이 종종 생기고 있다. 이렇게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막으려면 임대차계약 당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임차인이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서는 대항력을 갖춰 놓아야 한다. 그러나 대항력을 갖추지 못할 때는 소액임차인의 지위라도 확보해 두어야 한다. 만약 임차주택이 경매를 당하면 소액보증금은 최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지역의 경우 소액임차인의 지위는 보증금이 1억1천만원 이하이어야 한다. 여기에 경매개시결정등기 전에 전입신고를 마쳐야 한다. 그리고 배당요구종기까지 배당요구를 하면 3천700만원까지는 최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다. 소액임차인이 여러 명이 있는 경우에는 같은 순위로 배당받는다. 그러나 소액임차인의 자격을 갖추어 놓았어도 주택이 경매를 당하면 보증금은 위험해질 수 있다. 이유는 소액보증금의 배당은 매각금액의 2분의 1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소액임차인도 보증금을 전액 배당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시세가 10억원 정도 되는 주택이 경매를 당했다고 해보자. 매각금액은 시세의 70% 수준으로 보면 7억원 정도에 매각될 것으로 예상해보자. 참고로 신한옥션SA에 따르면 2020년 서울지역 다가구주택의 평균 매각가율은 69%였다. 그러면 최우선변제 대상인 소액보증금의 배당자원은 매각금액의 절반인 3억5천만원이 된다. 이 돈을 임차인 19명에게 같은 순위로 안분 배당하면 1가구당 1천842만원씩 돌아간다. 가구당 1천158만원씩은 못 받게 되는 셈이다. 결국 임차인은 소액임차인의 지위만 갖고서는 보증금을 안전하게 지킬 수 없다. 그러므로 소액임차인의 지위는 보증금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일 뿐이다.

그렇다. 소액임차인이라 해도 최악의 경우에는 보증금은 안전하게 지키지 못한다. 그래서 임차인은 반드시 대항력을 갖춰 놓아야 한다. 임차인이 대항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전입신고)을 마쳐야 한다. 그래야 그다음 날부터 제삼자에 대하여 효력이 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참조) 여기에 확정일자까지 받아두면 우선변제권까지 생기게 된다. 즉,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하기 전까지는 등기부에 권리관계(가압류, 가등기, 근저당권 등)가 하나도 없어야 한다. 만약 근저당권 등의 권리가 있으면 대항력은 생기지 않는다. 이렇게 임차인이 대항력과 함께 우선변제권까지 갖춰 놓으면, 보증금은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 보증금을 전액 배당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도 잔여 보증금은 매수인에게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가구주택에 임대차계약을 할 때는 선순위 권리관계가 없는 주택을 선택해야 한다.

참고로 임대차계약시 두 가지만 확인하자. 첫째, 선순위 권리가 있는 주택은 피하는 것이 좋다. 만약 선순위 권리가 있으면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소액임차인의 지위를 갖추어 놓자. 이게 보증금을 지키는 차선책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임차할 주택에 임차권등기가 붙어 있으면 피하는 것이 좋다.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이사할 때 임차권등기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임대인의 재정 상태가 양호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고준석 동국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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