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오젠(Biogen)의 주도로 개발된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헬름(Aduhelm)의 사용이 지난 6월 7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의해 승인되면서 세계 바이오업계의 빅뱅이 시작되었다. 비록 시판 후 효용과 안전성을 확인하는 임상 4상 시험을 조건으로 한 것이지만 지금까지는 별다른 치료제 없이 증상을 일시적으로 개선하는 수준에 머물렀던 것에 반해, 아두헬름은 아밀로이드 베타 불용성 단백질을 뇌 조직 내에서 제거해 병의 진행을 늦춰 질병 자체를 '치료'하는 최초의 신약이라는 점에서 승인 전부터 세간의 주목을 받아왔다.

아두헬름은 지난해 3월 임상 3상에 대한 무용성 논란과 함께 임상이 중단되었고 FDA 자문위원회가 아두헬름의 효과에 반대의견을 표하면서 사실상 약물 개발에 실패했다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FDA가 미충족 의료 수요(Unmet medical needs)를 고려해 시판 후 연구를 전제로 조건부 신속 승인 결정을 내리면서 치료제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승인 결정에도 아두헬름은 실제 사용을 둘러싸고 약물 효용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부정적 의견과 지나치게 높은 약가, 부작용에 대한 우려에 직면해 있다. 특히 FDA 결정에 반대하는 일부 자문의원들은 아두헬름이 미 충족 의료 수요가 많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기대감이 약물의 임상적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주장하며 사퇴했다.

그러면 FDA는 이런 논란에도 왜 조건부 신속 승인이라는 결정을 내렸을까? 이는 FDA가 생명윤리를 가볍게 여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질병으로부터 인간의 고귀함과 생명을 지켜내기 위한 판단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신약 인허가를 담당하는 기관의 자세가 전향적으로 바뀐 것도 사실이다.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하면서 바이오벤처에게는 치료 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연구와 신약 개발의 욕구를 자극하여 알츠하이머 환자의 치료 프로세스를 변화시키고 지속적인 혁신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판단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FDA의 아두헬름 사용승인은 병의 진행을 억제하거나 병의 발생을 차단할 수 있는 '원인 치료제'라는 점에서 신기원을 이룩한 것이다. 특히 중추신경계(CNS) 신약의 승인 기준이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향후 치료제의 승인과 시장의 성장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전무했던 치료제 승인 사례가 등장하면서 치료제 개발에 새로운 희망을 제공한 셈이다.

오늘 혁신에 도전하지 않는 분위기에서, 내일 글로벌 챔피언의 탄생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성공은 한 번의 시도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얻게 되는 작은 개선이 꾸준히 축적된 결과물이다. 한 술에 배가 부를 수 없는 것처럼 바이오 혁신 신약은 시행착오와 실패의 경험에서 탄생하는 것이다. 비록 성공 확률은 낮더라도 신약 개발에 도전할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 20년간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 활동하며 아이스하키 사상 가장 뛰어난 업적을 남긴 선수 중 하나로 '살아있는 신화'로 불리는 웨인 그레츠키는 "당신이 시도하지 않은 슛은 100% 빗나간 것과 마찬가지다(You miss 100% of the shots you don't take)"라고 했다. 이것은 시도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시도한다면 기회라는 가능성을 가질 수 있지만, 결과가 두려워 시도하지 않는 기회는 100% 놓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약·바이오산업은 일반 제조업과는 다른 경영환경과 산업특성을 지니고 있다. 세계적인 인구 고령화와 건강 수요 증가로 제약·바이오산업의 시장 규모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무병장수 삶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평균 수명이 연장되면서 질병 퇴치, 노화 방지 등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수요가 광범위하게 확대되어 바이오산업은 인류와 미래를 함께 할 성장 잠재력이 가장 높은 혁신 산업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정부는 제약·바이오 산업을 국가의 미래 혁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여 2030년까지 국내 제약·의료기기의 세계시장 점유율 6% 및 500억달러 수출 달성, 5대 수출 주력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제 바이오산업은 국민 건강 증진을 넘어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미래산업이 된 것이다. 정부는 신약 개발의 성공을 위해서 생명윤리를 지키면서도 민간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신약 인허가를 둘러싼 제도 개선, 다양한 기초연구 분야 지원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바이오생태계 내에 있는 모든 관계자가 각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분위기를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성공은 생각보다 우리에게 가까이에 있지만, 성공을 캐낼 용기와 도전정신 그리고 자기 신뢰가 부족해 성공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후보물질 발굴에서 신약 개발까지 긴 시간이 소요되고 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바이오산업의 특성상 실패를 격려하고, 실패의 경험을 소중한 자산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혁신신약 개발에 몰두하는 바이오벤처에 최고 지원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재준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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