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발생과 반복적인 대유행으로 세계 경제가 대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우리 주식시장은 주가지수는 사상 최고치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고 기업공개(IPO) 시장은 기업 수와 규모 면에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맞고 있다. 어려운 경제 여건에도 '경제의 거울'이라고 하는 주식시장은 사상 유례없는 활황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도 주요 지수가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고, 특히 IPO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넘어설 전망이다.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기업을 키우겠다는 기업들의 의지가 넘치고 있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미국 IPO 규모는 890억달러(102조8천억원)를 기록하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2% 급증했고 닷컴 붐 속에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2000년의 970억달러를 뛰어넘을 게 유력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재택 관련 기술주, 헬스 케어 혁신기업, 전자상거래 기업 등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학계, 금융투자업계·상장기업·벤처캐피탈(VC) 업계 대표들과의 만남에서 몇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 먼저 과거 경제발전 과정에서 누적된 대기업 중심의 호송선단형 경영을 해소하고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업 상장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그룹은 창업 3세로 경영승계가 이루어졌다. 이들은 과거의 문어발식 외형확장 경영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질적 경영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 그룹의 주력사업이었지만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양 산업은 과감히 매각하거나 구조조정을 통해 사업을 재편하는 일에 능숙한 세대이다. 그동안 문제로 지적받아 온 불투명한 기업경영과 오너 중심의 폐쇄적 경영행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업 상장을 통해 자본시장의 감시와 통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하였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이 같은 현상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당장 자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미래 투자를 위한 현금 확보 차원에서 상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이미 상장을 완료한 경우에도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을 통해 미래 자금 수요에 대비하고 있다. 산업의 흐름을 가장 민감하게 파악한다는 VC의 투자처를 보면 미래 신성장산업을 알 수 있는데 최근에는 중소벤처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바이오산업, 2차전지, 플랫폼 기반 비즈니스, 인터넷 및 핀테크, 콘텐츠 산업 등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고 IPO도 이들 업종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의 대형 IPO를 살펴보면 작년에 공모 규모 1조원대의 SK바이오팜과 빅히트가 상장하였고 금년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아이테크놀러지가 상장한 데 이어 카카오뱅크, LG에너지솔루션, 크래프톤, HK이노엔, 카카오페이, 롯데렌탈, 현대엔지니어링 등이 줄줄이 상장을 대기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여 올해 상반기 중 기업의 직접금융 조달실적은 역대 최대규모인 122조7천6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조2천539억원이 증가했다. 주식발행 금액은 대형 IPO 증가와 상장 대기업의 유상증자 급증으로 총 12조6천361억원이 발행되어 작년 상반기(2조1천530억원)의 약 6배 규모로 확대되었다. 회사채 발행 규모는 총 110조1천300억원으로 전년 동기(89조3천592억원) 대비 21조원가량 증가하였다.

이런 대형 IPO의 출현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주식시장의 호황에 맞춰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경영 효율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기업의 노력과 미래 성장산업에 투자하기 위한 자금조달을 위해 상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기업의 자세 변화에 기인하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의 IPO는 그룹 기반의 단단한 기초 체력을 기반으로 성장성이 높다는 점에서 투자자와 자본시장에 새로운 모멘텀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배터리(2차전지), 바이오, 정보통신, 게임 등 'BBIG' 산업, 플랫폼 기반의 전자상거래와 비대면 관련주 등 미래 대한민국의 산업을 이끌어 갈 성장산업 중심으로 IPO가 이루어져 우리 산업구조의 선진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라는 어려운 경제 여건과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기업의 수익성은 악화되면서 산업생태계의 역동성도 떨어지는 현실에서 대형 IPO의 출현이 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기업의 등장을 촉진하여 우리 산업구조를 고도화하고 경제의 역동성을 제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김재준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3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