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연내 개시와 내년 기준금리 인상 국면 진입을 시사하면서 미국 채권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준금리 인상 개시 시기와 이후 속도를 두고 연준 내부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 장기 금리가 전환점을 맞이한 것은 아닌지 주목된다고 24일 보도했다.

연준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11월에 테이퍼링을 결정할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고 제롬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내년 중반에 테이퍼링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발표 직후 시장 반응은 제한적이었다. 당일 5년물 국채 금리만 올랐고 10년물과 30년물 금리는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노르웨이 기준금리 인상 등의 이슈가 겹치면서 국채 금리 방향은 바뀌었고 23일 10년물과 30년물 국채 금리는 급등세를 나타냈다.

신문은 '기준금리 인상 국면에서 채권 금리가 낮은 수준에서 안정될 것'이라는데 베팅해 30년물 국채 등을 매수했던 투자자들이 다급해졌다고 전했다.

한 유럽계 증권사 관계자는 "전날 (설정했던) 매수 포지션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매도가 매도를 불렀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 국면으로 진입했는지 관심이지만 기준금리 인상을 둘러싼 연준의 노선이 나뉘어 있어 시장 참가자들의 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8명의 FOMC 멤버가 제출하는 기준금리 예측치 중 한가운데 숫자는 '중앙값'으로 불린다. 중앙값에서 본 표준 시나리오는 내년 제로금리 해제, 2023년과 2024년 각각 3회 금리 인상이다. 이에 대해 ING는 "더 빨리, 더 적극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고자 하는 욕구가 높아졌다"고 해석했다.

자세히 보면 내년 1회 이상의 금리 인상을 전망하는 사람과 제로 금리 유지를 예상하는 사람이 각각 9명으로 나뉘었다. 금리 인상 시기를 둔 이견이 큰 셈이다.

2023년부터는 의견 대립이 더욱 커진다. 18명의 예측치 가운데 상하 다섯번 째 예측을 각각 금리 인상에 적극적인 '매파', 금리 인상에 신중한 '비둘기파'라고 가정하면 상당한 차이가 보인다. 2024년 말까지 누적 금리 인상 횟수는 8회와 4회(중앙값은 6.5회)로 두 배나 차이가 난다.

신문은 파월 의장을 비롯한 집행부의 상당수는 비둘기파적인 금리 인상 시나리오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테이퍼링이 금리 인상으로 직결되는 것 아니냐는 견해를 여러 차례 부정한 바 있다.

최근에는 기준금리 인상 관측이 높아질 때마다 5년물 국채 금리는 오르고 10년물 이상의 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하강을 의식한 매수세로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파월 의장이 시사하는 고용 중시 형태의 비둘기파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경기 급하강을 불러오지 않는다면 10년물 이상의 장기채 금리는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실제 지난 23일 미국 주식과 채권금리는 동시에 상승했다. 신문은 중국 헝다 불안이 일시 후퇴한 측면도 크지만 경기회복이 반영돼 10년물 금리가 계속 오르고 그 구도가 정착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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