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계 보유 주식(뮤추얼펀드 포함)의 90%가 상위 10% 부자 가구에 집중돼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공표한 올해 2분기 말 가계부(wealth)의 분포자료에 근거한 것으로, 1989년 통계작성 이래 사상 최고치이며 2000년대 초 인터넷버블 붕괴 이후 집중이 심화되고 있다. 부의 편중을 완화하기 위한 부유세 추진 얘기도 나온다.

먼저 미국 가계의 자산규모와 구성부터 살펴보자. 2021년 2분기 말 현재 가계 자산은 151조달러로 주식 40조달러(26.5%), 부동산 35조달러(23.2%), 연금 31조달러(20.5%), 출자지분 14조달러(9.3%), 내구재 7조달러, 기타 24조달러 등으로 구성된다. 주식과 출자지분의 비중(35.8%)이 가장 높은데, 이는 우리나라 가계의 높은 부동산 비중(62.5%)과 뚜렷이 대비된다.

미국의 자산 불평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좀 더 들여다보자. 가계 자산의 분포를 보면 상위 10%가 2분기 말 현재 65.0%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자산별로 보면 앞서 언급한 주식의 집중도(88.9%)가 가장 높고, 부동산의 집중도(44.7%)는 비교적 낮은 편이다. 미국의 주식시장이 가장 발달하고 규모도 가장 크지만, 주식 보유의 편중이 자산 불평등을 낳고 있다.

또 상위 10% 중에서도 상위 1%로의 집중이 심화되고 있다. 상위 1%는 2분기 말 현재 가계 자산의 29.2%를 차지하고 있는데, 최근의 코로나 팬데믹을 포함하여 위기를 겪을 때마다 그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자산별로 보면 가계 주식의 절반 이상(53.8%)을 이들이 보유하고 있다. 역시 주식이 자산 불평등에 결정적이다.

이런 자산 불평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될 수밖에 없다. 배당과 자본이득, 이자 등 자산에서 발생하는 소득의 증가율이 노동소득을 포함한 다른 소득의 증가율보다 크기 때문이다. 토마 피케티가 2013년 '21세기 자본'이라는 저서를 통해 일찍이 이를 증명했다. 이 책은 그 스케일과 디테일한 방법론뿐만 아니라, 유럽보다 미국에서 더 많이 팔린 것으로도 유명하다.

자산 불평등에 대한 처방으로 피케티가 주장한 글로벌 부유세가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디지털 혁명과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인해 어떠한 형태로든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미국의 경우 벤처생태계와 기부문화가 형성되어 있으며 세습의 심각성이 상대적으로 덜 하지만 부유세뿐만 아니라 일부에서는 '사회부펀드'(social wealth fund)의 도입도 거론한다.

사회부펀드는 국부펀드, 뮤추얼펀드, 사모펀드 등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국가가 세금 등으로 재원을 조성하여 기후변화 대응 등과 같은 사회적 목적에 투자하고, 발생한 소득을 기본소득과 같은 방식으로 일반 국민에게 분배하는 펀드라고 정의할 수 있다. 불평등의 원천인 주식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한 세금을 재원으로 펀드의 주식 비중을 확대해가면 불평등이 완화될 수 있다고 본다.

미국 가계의 자산분포에서 주목할 점은 최상위 10%를 제외한 상위 50%의 가구가 부동산과 연금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주식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10.5%)은 낮지만 부동산(42.9%)과연금자산(43.0%)의 경우 해당 계층의 비중(40%)을 약간 웃도는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연금의 60~70%가 주식에 투자되는 점을 감안하면 부동산과 주식 기반의 중산층으로 해석될 수 있다.

우리는 어떠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까?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62.5%, 2020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자산 중에서도 부동산 불평등이 중요하고도 민감한 이슈라는 차이가 존재한다. 총가구 수 대비 주택 소유가구 비율은 2019년 기준 56.3%에 불과하고, 주택가격 급등으로 인해 소유와 미소유의 격차는 더욱 확대되었다.

주식의 경우 우리나라 가계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7.9%)이 작고, 20~30대 연령층을 중심으로 주식투자 인구가 급증하긴 했지만 전체 인구의 17.6%(2020년)에 그치고 있다. 2010년 기준 미국, 영국, 일본 등의 주식투자 인구는 26~30%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주식보유 가구 수와 가계 자산의 주식 비중이 장기적으로 확대될 여지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상의 논의를 통한 우리의 과제는 주택 불평등을 완화하고 잠재적 불평등으로 작용할 수 있는 주식에 대해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피케티 이후 다수의 경제학자가 주택, 주식 등 자산 수익률이 경제 성장률보다 크다는 점을 입증했고, 성장률이 노동소득 증가율과 같다고 보면 자산 불평등은 심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주택, 주식 등의 자산을 보유한 가구가 많아지도록 해야 한다.

물론 주택이나 주식 등의 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를 대폭 강화해서 격차를 줄이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가계의 인센티브와 시장을 위축시키지 않는 최적 세율을 찾아야 한다. 쉽지 않다. 무주택자에 대한 금융·세제 지원을 확대하여 주택 소유가구를 증가시키고, 연금계좌와 ISA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함으로써 이를 통한 주식 장기보유의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다.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

※칼라무스는 '펜은 칼보다 강하다(Calamus Gladio Fortior)'라는 라틴어 문장에서 따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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