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는 회사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 중 어느 쪽에 주력해야 하는가? 사실 말도 안 되는 질문이다. 회사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은 본질적으로 같다. 하지만 이런 우문이 고민되는 질문인 것은 회사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 간에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안에 따라서는 이 둘이 배치되기도 한다.

회사의 물적분할이 대표적 사례다. 물적분할은 기업분할의 방식 중 하나로 모회사가 신설된 자회사의 주식을 전부 소유해 자회사에 대한 지배권을 유지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분할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 의견서에 따르면 기업이 분할 및 합병을 고려하는 것은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이사진들도 물적 분할에 대해서 회사의 장기적 발전과 핵심 사업 부문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언급하고 있다. 이론상 물적분할을 하게 되면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하기 때문에 기존 주주들이 새로 신설되는 회사 주식을 부여받지 못하지만, 실제로 기업가치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자회사의 실적이 그대로 모회사의 실적으로 연결되어 주주는 그만큼의 이익을 함께 얻을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유독 우리나라 소수 주주는 물적분할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대다수다. 물적분할 이슈 자체만으로 불확실성을 높이는 데다 결과적으로 기존 주주의 가치를 훼손된다는 인식이 높다. 분할된 자회사의 자금조달과 발전이 발생한다고 해도 여기서 발생되는 성장의 과실을 모 기업 주식을 가지고 있는 주주들에게 전가되지 못한다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자회사 분할로 오히려 주주의 권한이 그만큼 약화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게다가 물적분할로 독립한 새 자회사는 IPO나 지분 매각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 보유 주식이 희석되면서 주주들이 손해를 보기도 한다. 회사의 핵심사업을 보고 투자한 사람들의 경우, 그 핵심 사업이 분할된 자회사로 빠져나오면서 자신들의 재산권이 침해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적분할의 목적이 주주가치의 제고보다 대주주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것으로 오용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망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동시에 상장함으로써 자금조달에 나서는 사례가 연이어 나오면서 실제로 개인 투자자들에게 직접적인 손실로 나타나고 있다. 주가도 하락했다. 기업지배구조원의 보고서를 보면 분할된 신설회사가 100% 자회사로 남아 있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음을 보여준 바도 있다. 이론과 다르다. 그중 몇몇 건은 모회사가 신설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한 경우도 있었다. 자회사가 모회사의 이익에 크게 기여하는 사업 부문이었다면, 이 같은 지배력 상실이 모회사의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크다. 대기업의 물적분할 후 모회사·자회사 동시상장은 지배주주가 지배권을 유지하면서 그 비용을 소액주주에게 전가하는 자금조달방식이라는 주장도 있다. 해외의 경우 물적 분할을 할 경우 자회사를 별도로 상장시키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는 점을 참조한다면 그 상황이 이해된다. 물론 실적은 경쟁사에 비해 좋은데, 다른 사업부문들로 인해 가치가 낮게 평가되고 있는 경우 물적분할을 통한 상장이 도움이 될 수도 있을는지 모른다. IMF 경제위기로 부실한 사업부를 정리하기 위한 방법으로 물적분할이 1998년에야 허용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원래는 잘 나가는 기업을 분할하고자 한 것이 아니었다.

실제 회사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원하는 주주나, 이사진, 경영자는 없다는 것을 전제로 실제 물적분할 후 상장을 바라보는 데 있어서 이 모든 것이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받아들인다고 하자. 그래서 상법에서 경영진의 사익추구를 방지하고자 하는 주주의 역할 강화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보자. 아무리 이를 인정한다 해도 결과적으로 소수 주주들은 손해를 입었다. 주주는 투자한 '그' 기업에 대한 주식을 가지고 있을 뿐이고, 이사진이나 경영자는 분할된 회사까지를 경영관리 대상으로 확대한 시너지를 생각하는 데 따른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의 성장을 중요하게 여겨 경영 판단으로 분할을 생각한다 해도 이사진이나 경영진의 판단에 조금이나마 주주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는 점은 매우 유감이다. 여전히 주주는 회사의 입장에서는 자본조달의 부문일 뿐 회사의 고려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줬을 뿐이다. 이사회의 경영 판단에서 주주를 고려하지 못하는 회사에 투자한다는 것 자체가 리스크가 될 수 있다. 기존 이사회의 역할이 주주의 이익실현을 위해 법령과 정관에 따른 방식으로 충실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라는 전제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물론 이러한 결정들은 이사회의 권한이다. 물론 주주총회에서 과반 혹은 특별결의로 다수의 의결이 필요한 사항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우 우호지분의 비율이 특히 높다는 점이 특징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일반 소수 투자자에게는 회사의 결정을 뒤집을 힘이 없다.

물론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 회사에 이익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경영진은 고민이 있을 것이다. (그러기를 기대한다.) 물적분할의 경우 이외에도 기업 내부 유보금 확대 등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회사의 경영상 결정이 종종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럴 때 ESG 원칙이 중요하다. 주주를 고려하는 기업지배구조의 건전성 역시 ESG의 핵심 기제다. 아마 ESG와 관련한 경영상 판단도 이러한 고민과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ESG에 가장 앞장서고 있다고 자랑하는 기업의 경우 오히려 이러한 물적분할을 많이 하고 있다는 점도 의아하다.

글을 마치면서 회사의 지배구조는 주주와 그 대리인인 경영진 간의 권력투쟁이라 본다고 배운 입장에서는 이사진의 이익은 회사의 이익과 같이하는 것인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원종현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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