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변종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방역조치가 다시 강화되고 경제활동이 위축되며 주식시장도 힘을 잃고 있다. 당초 기대했던 시나리오는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이 늘어나면서 방역조치가 완화되고 서비스업이 회복되며, 글로벌 공급망(GSC)도 복원되어 인플레이션도 완화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변이에 의한 돌파 감염 증가가 코로나경제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오미크론의 확산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쉽게 종식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델타, 오미크론에 이어 파이, 로, 시그마 등 변이가 계속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방역당국은 기존 백신을 추가 접종하거나 변이에 대응하는 새로운 백신을 개발하는 숨바꼭질을 반복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집단면역은 과연 가능한 것인지 실험도 이어질 것이다.

팬데믹에 대한 대응은 당연히 글로벌한 것이어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전 세계적인 공조가 쉽지 않다. 코로나는 동일하지만 각국 간 백신 접근성과 접종의 격차가 심하고 코로나 확진에 대한 정책적 용인(tolerance) 정도도 천차만별이다. 국제기구는 제 역할을 못하고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서로 다른 체제간 신냉전으로 전개되는 양상도 글로벌 공조를 어렵게 하고 있다.

방역을 위한 정부의 규제와 통제, 경제적 손실을 보상하기 위한 취약부문 지원 강화 등은 각국 정부의 역할과 규모를 키울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흐름은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는 한 계속 유지될 것이다. 자국민 우선과 국경 통제는 탈세계화를 고착화하고 국제분업과 무역에 기초한 경제구조를 일국 또는 역내 범위로 제한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렇다고 2020년과 같이 전 세계가 다시 패닉에 빠지고 경제가 역성장하는 상황이 또 전개될 것 같지는 않다. 재정지출 증대와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소비, 생산과 무역, 투자 증가가 둔화되고 서비스업의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낮아지는 시나리오가 유력해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내년 3% 성장이 어렵다는 말이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인플레이션 문제이다. 백신 보급과 방역 완화에 따른 수요 회복과 글로벌 공급망의 교란으로 인해 급등했던 물가 불안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이다. 방역의 재강화 속에 자국 우선의 방역 및 경제정책은 글로벌 공급망 복원을 어렵게 할 것이며, 새로운 국제분업구조가 형성되기까지 큰 장애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급등한 주택가격이 임대료(rent) 상승으로 전가되면서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현상도 충분히 예상된다.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가중치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주택임대료는 체감물가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종합부동산세나 임대차보호법 등의 특수 요인까지 더해져 전월세발 소비자물가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까지의 물가 전망은 올해의 물가상승 압력이 공급측 교란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코로나가 진정되는 내년에는 대체로 안정된다는 것이었다.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인해 이러한 전망의 수정이 불가피하다. 경기가 예상보다 더 나빠지는 반면, 물가는 예상보다 더 오르는 상황이 전개될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통화정책은 코로나 금융지원에서 벗어나는 정상화(exit)로의 과정을 밟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은 자산매입 규모를 축소하는 테이퍼링을 시작했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정책금리 인상에 시동을 걸었다. 최근의 상황을 반영한 속도 조절이 있을 수 있지만 물가나 금융 안정 등의 정책목표로 인해 방향 자체가 달라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책금리 인상을 선반영한 시장금리는 이미 상당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고, 달러-원 환율은 달러 강세와 수출전망의 악화를 반영하여 내년에도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원화 약세는 수입물가의 상승을 통해 국내 물가를 더욱 상승시키는 경로로 작용할 것이다. 고환율이 수출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글로벌 수요 둔화로 인한 부정적 효과가 더 클 수 있다.

투자 관점에서 국내 기관과 개인들은 해외로 더 눈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주식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것이고,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가격에 베팅하기도 어렵다. 환율이 오르는 원화 약세 기조 하에서 원화표시 보다는 달러표시 자산을 확대하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다.

금융시장 관점에서 가장 바람직한 것은 국내 뿐 아니라 외국 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국내 기업과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통해 재투자하는 선순환구조의 정착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코로나를 극복하고 위드·포스트 코로나시대에 혁신을 가능케 하는 그린과 디지털 생태계를 조성하며 이를 지원하는 네거티브 규제와 예측가능한 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

※칼라무스는 '펜은 칼보다 강하다(Calamus Gladio Fortior)'라는 라틴어 문장에서 따온 말입니다.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3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