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정부가 중동, 중남미 등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할 계획인 가운데 상대국과의 마찰 가능성이 있는 석유수입부과금 개편을 추진한다.

9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석유부과금의 통상법적 연구 및 개선방안'이란 주제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석유부과금은 정부가 오일쇼크를 계기로 원유 수급불안을 안정시키고자 도입한 석유사업기금의 재원으로, 원유 수입·판매업체에 부과되는 일종의 준(準)조세다.

석유수입부과금의 경우 관세로 인식되고 가격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FTA 협상 단계에서 상대국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환경오염과 같은 외부 효과에 따라 징수하는 부과금은 문제가 안 되는데 수입부과금은 가격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세계무역기구(WTO)체제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향후 멕시코, 태평양동맹(PA), 메르코수르, 걸프협력이사회(GCC) 등 신시장 FTA를 지속해 추진할 계획이라 석유수입부과금에 대한 교통정리를 해놓을 필요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석유수입부과금이 있는 곳은 한국을 비롯해 6개국뿐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FTA 확산에 대비해 상대국에서 문제를 제기할 경우 논리, 대응 방안을 검토하려는 취지"라며 "구체적인 방향이 잡힌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연구용역에서 석유부과금 제도와 통상법적 제도 사이에 정합성이 있는지, 가격 급등락이나 수출 제한 등의 상황에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해외의 부과금 사례가 있는지도 함께 들여다볼 예정이다.

정유업계에서는 석유수입부과금에 부담을 느끼지만 에너지자원사업 특별회계 세수의 절반을 석유수입부과금으로 충당하는 정부로서는 부과금 폐지라는 카드를 선택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리터당 16원인 요율 변동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산업부의 입장이다.

대신 수입부과금을 내국세인 판매부과금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가능하다.

양의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원장은 2011년에 쓴 논문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제도 개선연구'에서 수입단계에서 부과하던 수입부과금을 판매단계에서 부과하는 판매부과금으로 바꾸면 내국세로 간주돼 FTA 협상 때 상대국, 특히 GCC와의 갈등을 없앨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FTA가 상대방이 있는 양자협상이므로 우리가 먼저 제도를 바꿔 협상 카드를 포기하지 말고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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