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서는 장래인구추계를 통해 우리나라 총인구가 2020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한 것으로 지난 9일 발표했다. 15~64세의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하는 반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 한다. 중위연령도 2020년 43.7세에서 2031년 50세를 넘고, 2070년에는 62.2세로 과반 인구가 현재 기준으로 퇴직 연령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생산연령인구가 책임지게 되는 총부양비도 함께 높아지면서 후세대의 부담을 걱정하게 된다.

국민연금과 같은 국가 사회보장 시스템에 주는 부담은 더욱 직접적이다. 국민연금 제도는 가입자가 9%를 납부하고, 납부 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생애 평균 소득의 30% 정도를 퇴직 후 연금으로 받도록 설계돼 있다. 기금이 소진되고 난 이후를 가정한다면 완전 부과식의 연금체계에서 최소 한 명의 퇴직자에게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서 약 3.4명이 보험료를 납부해야 수지 균형이 된다. 생산연령 100명당 29.4명 정도의 퇴직자를 부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현재의 노인부양비는 14.2명으로 납입되는 보험료가 나가는 급여보다 많다. 이 남는 부문들이 모여서 기금이 됐다. 이를 운용해 수익을 내어 향후 균형 수준 이상으로 부양비가 높아진 경우, 그 부족분은 기금을 사용해 충당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까지다. 노인부양비가 높아지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기금 규모가 아무리 크다고 하여도 결국 소진 될 수밖에 없다. 지난 제4차 국민연금 장기재정추계에서는 그 시점을 2050년대 후반으로 보고 있다.

통계청의 추계와 함께 본다면 2060년 노인부양비는 중위기준 62.8명이며 2065년 68.2명, 2070년 74.4명으로 계속 증가한다. 기금소진 이후에도 퇴직자에 대한 연금 급여 지급이 가입자의 보험료 수입의 두 배 이상이 되고, 그 차이는 점차 벌어지게 될 것을 의미한다.

현재의 기금운용을 더욱 적극적으로 운용해 초과되는 부양비를 충당할 수 있도록 해 최대한 소진 시점을 늦춰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기금의 역할은 거기까지다. 결국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것은 국가경제 전체의 틀 내에서 보험료를 납부하는 생산연령인구다. 혹자는 기금을 소진하지 않도록 보험료를 크게 높이면 될 것이라 하지만 보험료를 높여 부담되는 것이나, 재정으로 부족분을 충당하는 것에 따른 조세 부담이나 그 규모는 유사하다. 오히려 국민연금의 보험료는 각 개인의 소득에 대해서만 부과되는 것으로 훨씬 넓은 부과 대상을 가지고 있는 조세에 비해 개인이 체감하는 부담은 크게 될 것이다. 전체 국세 징수 중 개인 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 정도다. 개인 소득에서 연금보험료에 대한 부담과 전체 재정 체계에서 부족분에 대한 부담 중 어느 쪽이 좋을지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물론 개혁 없이 연금 부족분을 모두 조세로 충당하자는 말은 아니다. 조세가 되었건 보험료가 되었건, 미래 세대가 과중한 노인부양비로 인해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그렇기에 개혁은 필요하다. 여야 모두 미래 기금소진에 대비한 연금개혁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연금 개혁만으로 미래 세대의 부담을 완화하기에는 크게 부족하다. 설사 연금 모수 개혁으로 보험료를 높이고, 연금 급여를 낮추어 기금 규모를 키울 수 있다고 해보자. 현재 수준에서도 2041년 적립 규모가 최대가 되는 시점에 기금은 국내총생산(GDP)의 50%를 차지하는 규모가 된다. 이것만으로도 국내 경제에는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인데, 여기에 기금 규모를 더 키운다는 것은 경제에 재앙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여전히 노인부양비 및 총부양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연금에 대한 후세대의 부담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 사회시스템에 대한 후세대 부담이 더욱 큰 문제로 제기될 것이다. 그렇다고 연금 소진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 시점을 늦출 뿐이다.

납세자의 부양비를 완화하고자 하는 노력 대신 단기적으로 기금의 소진을 방지하고자 모수 개혁만을 고려한다면, 기금 규모의 증가로 야기될 국내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은 물론 국가 전체의 지속가능성이 저해돼 오히려 악순환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더욱 커질 것이다.

기금운용 성과가 아무리 좋다 해도 인구구조의 변화가 야기하는 제도의 불안정성이나 기금소진을 막을 수 없다. 국민연금기금은 올해를 포함해 2021년 9월까지 최근 3년간 212조9천억원을 기금운용 수익으로 벌어들이며 최대의 성과를 나타냈다. 그렇다고 장기 추계 상 소진 시점이나 소진 후 부과방식 부담률이 변하지 않았다. 지구와 충돌할 것이 분명한 외부 운석에 대해서 총질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근본적으로 운석과의 충돌을 피하려면 그 궤도를 바꾸도록 하는 근본적인 힘이 필요하다. 보험료와 급여의 비율을 조정하는 것만으로 연금개혁이라 하기에는 부족하다. 연금개혁의 문제는 단순히 연금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가 전체적으로 경제활동 인구를 늘려 부양비를 낮출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 국민연금 기금이 어떻게 역할을 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근로인구 수만큼의 부양인구가 존재하는 경제 구조에서는 연금이든, 사회보장제도이든 간에 무엇이든 지속하기 어렵다. 모수적 연금개혁과 정년 연장 등 기금의 존속을 위한 노력을 할 수 있겠지만, 기금의 입장에서는 불과 몇 년 정도의 소진을 연장할 뿐 근본적인 대응은 되지 못한다. 연금개혁의 초점은 단지 기금의 존속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 사회보장제도인 노후 소득 보장체계가 지속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야 한다. 연금개혁을 보험료 인상 등 일차원적으로 처리할 문제가 아니다. 기금의 존속을 위해 보험료 인상이나 수급률 인하 등의 단순한 생각만으로는 부족하다. 국가 경제 및 재정 전체적인 구도에서 노후소득 보장 체계를 고민해 연금제도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핵심은 결국 인구구조다. 출산율 등 국가 성장의 핵심을 높이는 일에 집중해야 할 일이다. 연금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우선하여 기존 인구정책을 개혁해야 한다. 일자리와 고용, 노후 소득, 부동산 등 경제 사회 전반의 변화를 고려한 접근으로 출산율을 제고하도록 하며,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역할 및 국민연금 기금의 역할 등을 고려해야 한다. 연금의 문제는 인구문제와 직결된 국가 문제다. 그리고 연금개혁은 국가의 성장 기반을 확충하는 것과 함께한다는 인식, 그것이 중요하다. (원종현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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